어머님이 20년 전에 집을 지을 때는 설계사를 구해서 집 리모델링 계획을 잡았고, 시공사도 직접 선정해서 공사를 진행하셨었다. 그러다가 시공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공사가 수개월 중단되고, 끝없는 추가 공사 비용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초기 계획 대비 3배가 넘는 공사 비용과, 2배가 넘는 공사 기간을 거친 후에 준공 승인을 받았다고 하시니, 집을 짓고 나니 십 년은 늙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집을 다시 짓자는 우리의 제안에 그리도 걱정을 하시는 이유를 알 만 했다.
건축주와 시공사와의 분쟁은 사실 매우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한다. 상황은 가지각색인데, 욕심이 과한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 때문일 수도 있고, 시공사가 투명한 공사 진행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대부분의 경우 건축주는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어눌한 상태이고, 시공사는 그 분야에서 베테랑이라는 점이다. 공정한 계약과 공사 진행을 바라는 부분이 어느 정도 요행일 수도 있겠다. 우리 부부는 그런 리스크를 택할 자신이 없어서, 우리와 시공사 사이에서 분쟁을 조율해 줄 수 있는 PM (Project manager)를 선정하기로 하였다.
설 연휴 전날 늦은 저녁에 와이프 지인의 소개로 PM 한 분을 만나 뵈었다. 매우 감사하게도 이 날의 미팅을 위하여 어머님 댁을 세 번이나 사전 답사하여 지형을 파악하고 수익률 분석과 대략적인 건축 콘셉트를 분석해오셨다. 이 날의 미팅을 통하여 비로소 우리가 계획하는 집 짓기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얼마 큼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 어떤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이미지가 잡히기 시작하였다.
집 짓기에 앞서서 가장 먼저 행해져야 하는 부분은 수익률 검토였다. 일반 주택은 대지 평수에 평단가를 곱하여 집 값이 결정되지만,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과 같은 복층 건물의 경우 연면적을 산출하여 건물 시세를 판정한다. 50평 건물을 4층 올리면 연면적이 200평이 되니 당연히 건물의 가격은 기존의 1층 건물 대비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신축에 의한 차익이, 우리의 투자 비용인 공사 비용을 제하고도 충분히 남을 것이냐이다. 여기서 '충분히'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 건물을 완공한 후 바로 분양하려는 것이 아니고, 부모님이 적어도 10년을 거주하실 계획이기 때문에, 미래에 있을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10년간 발생하는 임대 소득에 의한 수익 상승 (+) 부분과, 건물의 감가상각 (-)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여기에 더하여, 익숙한 동네에서 지금보다 편리한 환경으로 지낼 수 있다는 가치 (+)를 생각했을 때, 신축 차익이 3억 정도 발생한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되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아파트는 30년이 되어 재개발 대상이 되어도 그 가치가 끝없이 상승하는 반면, 일반 주택은 감가상각이 그대로 적용되어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고 한다. 이때 어떤 집을 짓는가가 중요한데,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살아있는, 소위 말하여 '잘 지은' 집일수록 그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이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집 짓기와 잘 맞는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동네에 흔하고 흔한 다가구 주택을 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우리 골목에서는 랜드 마크라 불리는 그런 집을 짓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고, 이번에 만난 PM은 디자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 같았다.
다행히 망원동은 요즘 소위 말하는 핫한 동네여서 수익성 검토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PM님이 주변의 빌라 시세를 확인해 주셨는데, 그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너무 높아 지금 상태로는 감정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망원시장을 경계로 시장과 망원역 사이의 빌라는 평당 4000을 넘는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고, 망원 시장과 한강 공원 사이는 3000~3500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망리단길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숫자였다. 이 버블이 꺼져버릴 상황에 대한 고민도 물론 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잡아 놓은 목표를 상회하는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물론 목표 수익을 예측하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대지에 몇 세대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견적이 나와야 한다. 감사하게도 PM님이 이 부분도 다 계산을 해오셔서 판단이 아주 수월하였다. 법적인 여러 가지 규제 제한을 확인해야 했다. 현재 어머님 집은 건폐율 60%에 용적률 200%가 허용되는 대지였고, 집 앞에 있는 도로의 폭을 고려할 때 1M 정도는 안쪽으로 들어와서 건축을 진행해야 했다 (전축선 후퇴). 50평 대지에 건폐율 60%이면 한 층당 30평을 지을 수 있고, 용적률이 200%라면 주차장을 제외하고 2,3,4,5층을 모두 건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녹녹지 않았다. 층고 제한에 대해서는 근린 생활 시설이 아닌 이상, 다가구 주택의 경우 4층 이상 건축이 불가하였고, 세대당 주차 면적을 고려했을 때도 4층까지만 건축이 가능하였다. 즉, 세대 당 1대의 주차장 면적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리 집은 최대 4대의 주차장 면적이 확보된 상태. 물론 각 세대 면적을 줄여서 최소 주차 대수를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고 하지만, 쪼개기 주택을 극혐 하는 입장에서 그 방법은 택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1층 주차장을 확보한 4층짜리 4세대 주택을 지어야 한다.
그밖에도 주변 주택과의 거리를 일정 거리 이상으로 띄워야 한다는 점과, 정북 방향으로의 일조권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특히 일조권 확보를 고려한 사선 제한을 고려하니, 4층의 면적이 19평으로 확 줄어들어 버렸다.
이런 면적이 나오다 보니,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의 면적 비교가 궁금해졌다. PM님의 설명에 의하면 소위 말하는 서비스 면적이 베란다 등으로 아파트에는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 주택의 27평이 아파트의 24평 정도라고 한다. 물론 그 공간을 우리의 생활 패턴에 맞게 설계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실용적으로 구성할 수 있고,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만드는 아파트의 공간 활용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24평은 우리 4 가족이 살기에는 넓지 않은 공간이었다.
어머님과의 장시간 숙고 끝에 조금이라도 공간이 넓은 4층을 우리가 사용하기로 하였다. 4층은 19평 밖에 되지 않으나 테라스 면적이 7평이 있어 공간의 개방감이 좋을 것이고, 무엇보다 다락이라 불리우는 4층 위의 공간이 19평 존재하였다. 다락은 원래 법규상 벽을 세울 수 없고 평균 높이도 1.5M를 넘길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세모 지붕을 세우고, 중정을 설치하는 등의 디자인 요소를 고려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락방으로는 안성맞춤일 것 같다. 그렇다면 4층에는 우리 부부 침실과 거실, 주방을 배치할 수 있어 공간 배치의 여지가 조금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4년간 층간 소움의 규제에서 자유롭게 살던 아이들이라, 거실은 당연히 뛰어다니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 댁 위층에서 산다는 것이 몹시 죄송하였다. 본인들 집을 건축하시면서, 주인집과도 같은 4층을 내어주신다는 점도 송구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면적 제한 이슈가 발생했지만, 어머님의 큰 배려 덕분에 집짓기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