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리안 Mar 26. 2021

오래 다니셨으니 돈은 많이 드릴 수 없습니다.

아 성질나!

한 달 전에 연봉 인상이 발표되었었는데, 신경을 못쓰고 있다가 어제에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H대기업의 연봉 이슈로 우리 회사도 신경을 좀 써줬다고 들었었다.

작년 고과도 좋게 나와서 8% 정도의 인상을 예상했는데, 실제 월급으로 들어온 숫자가 이전 달과 크게 다르지가 않은 것이라. 뭐지. 뭔가 이상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회사 시스템에서 연봉 통지를 확인해 보니, 내 예상의 절반 수준이 최종 인상으로 찍혀있었다. 이건 또 뭐지.

우리 회사 연봉률 계산은 겁나 복잡한데, 대충 이러하다


최종 연봉 인상률 = 기본 인상률 * 개인별 인상 계수 + 이전 해 고과 별 차등 인상

올해는 기본 인상이 6% 였고, 작년 고과에 따른 차등 인상 추가 2%에 해당해서 8%라 계산한 건데, '인상 계수'를 간과했던 것이다. 왜냐면 그동안 계속 1이었으니까..


올해 내 인상 계수는 0.3이었다. 따라서 기본 인상의 2/3가 날아갔고, 결국 4% 대가 나오는 것이다.

도둑맞은 느낌이다. 인상 계수는 뭐지?


훑어 보니, 내가 올해부터 성과 밴드가 하락된 것이 확인되었다. 아 그렇지..

이 성과 밴드는 4년도 고과의 평균치로 결정하는데, 작년도에 조직 이동하면서 고과를 평균치를 받아서 앞으로 2년간 평균 밴드가 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과 밴드에 따라 인상 계수가 이렇게 줄어들 줄은 몰랐다고!!

물론 Normal 밴드라고 다 인상 계수가 낮은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이 더 처참했는데, Normal Band 중에서도 (회사 연차가 높아서) 연봉 구간이 높은 사람들을 Target 한 조치였다.


다시 말해서 'Normal'하게 일하되, '연봉은 많이 받는' 변두리 인재들은, 회사의 기본 인상률의 1/3만 받아가거라~~~ 라는 말씀이시다.


올해 초 고과 확정되었던 때가 다시 생각났다. 전팀에서 10개월이나 일을 했는데, 팀장이 보직 해임되는 바람에 인사권이 새로 옮긴 팀으로 넘어와 버렸다. 전임 팀장의 말에 의하면 팀원들에 대한 상태 평가서만 제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평가서는 참고자료일 뿐, 새로운 팀장은 당연지사 지난 일 년간 당신을 보위해준 팀원들에게 고과를 우선 배치했다. 억울한 마음이 있어서 이의제기도 생각해 봤지만, 리더와의 관계를 걱정해서 조용히 묻고 가기로 했었는데, 결국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회사 생활은 연과 연의 만남인 것이고, 내 연이 끊겼으니 어떤 보상을 바란다는 것이 유치한 바람이란 것을 빨리 자각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변두리 인재로 살 생각은 없다. 올해의 수모는 올해로 끊어내고 다시는 이런 일로 억울해하지 않을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성취감을 이야기 하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