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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안 Jan 14. 2022

ISTJ인 선배와 ESTP인 막내가 회의를 하면

난장판이 된다

연초라 프로젝트 계획 수립 시즌이다. 연간 계획, 분기 계획, 월간 계획을 수립하고, 또 그 각각 구간에 맞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세부 과제를 선정하고 또 세부 과제별로 목표와 일정을 수립한다. 마지막으로 세부 과제 별 인원을 assign 하고 역으로 인원들의 연간 목표와 맞추어 설정한다. 인원 별 연간 목표는 올해 말 인사 고과를 결정하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며, 타당하고 적절한 수립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했다. 마침 사업부장 보고도 겹쳐서 앞서 말한 그 많은 일정과 목표를 세웠고, 세부 과제 별로 담당 멤버들과 모여서 회의를 하고 합의안을 만들어 가는 1월이다.


어제는 가장 어려운 핵심 과제 멤버들과의 회의. 평소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 견해가 많은 팀이라, 회의 진행 전부터 어려움은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작년에 못한 부분을 올해는 나도 꼭 하고 싶었기에, 자료도 좀 준비하고, 마음도 준비하고 회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은 벗어나지 않고, 두 시간 동안 설전이 오고 갔다. 특히 우리 팀 막내 의견을 꺾기가 제일 어려웠는데, 이야기하면 할수록 나랑 생각하는 방식의 근본부터 다름을 느껴 설득이 어려웠다.


하지만 협의가 되어야 일 년 치 농사에 대한 스타트 라인을 끊을 수 있으니 어쩌랴, 그쪽도 협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르고 닳게 말해서 일단 반 정도의 동의를 구하고 회의는 끝냈다. 회의 끝나고 막내가 물었다. "선배 MBTI J형이죠?" 그렇지.. 난 계획 짜기가 제일 좋은 ISTJ형이었고, 막내는 직관을 중시하는 ESTP 형이었다. 그렇게 놓고 생각해 보니, 우리가 의견이 안 맞을 수밖에 없는 성격들인 것 같기도 하다. 난 시작점에서 결승점까지 가기 위한 루트를 연구하고, 가장 짧은 길을 탐구하고, 가기까지 겪을 수 있는 리스크 사항을 고민하고, 그 이슈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는데, 그 부분이 후배는 복장이 터진 하고 한다. 그 시간에 그냥 한방에 갈 수 있는 길을 여러 번 해보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이다. 꼰대가 되면 안 된다고 여러 번 학습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말을 무작정 틀렸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40년 동안 믿고 살아온 문제 해결 방식을 져버릴 수도 없고.. 오늘도 이렇게 딜레마에 빠져 회의를 끝낸다.


우리 막내는 거꾸로 내가 얼마나 답답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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