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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현우 대표 Feb 05. 2021

여러분도 좋은 글을 쓰고 싶지 않으세요?

공대생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유튜브 전성시대입니다. 국민 83%가 한 달 평균 30시간 정도를 유튜브 시청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유튜브 앱 사용자 현황'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2020년 9월 한 달간 일평균 4,000만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한 20억 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 수는 4319만 명임을 발견했습니다. 대한민국 80% 이상이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영상이 각광받는 이유는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아무런 생각 없이 화면을 바라보며 '현대인 만의 휴식'을 취합니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장을 어색하게 할 정도로 멍한 눈 빛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영상이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글쓰기 교육이 부재한 한국 사회



 영상이 인기를 얻는 것과 대조적으로 문자의 입지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10대는 네이버 검색창보다 유튜브에서 검색한다는 사실이 그 사실을 방증합니다. 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이유는 사회적인 요인도 큽니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글쓰기 교육은 부재합니다. 한국 교육은 학생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듭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출제자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차리는데 10년 이상을 쏟아붓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체 암기를 시작합니다. 타인이 원하는 답변을 정확히 한 학생에게는 높은 점수라는 보상을 줍니다. 사회가 구성원의 목소리를 뺐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학 진학 후에도 '올바른 글쓰기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글쓰기 전담 교수가 부족합니다. 글쓰기 교수는 대부분 강사를 채용하거나 연관 과목 교수가 교육합니다. 학문적인 깊이가 글쓰기 실력을 판가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식의 저주'에 빠지게 됩니다. 지식의 저주란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일반인이나 학생에게 설명하기 더 어려워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내가 아는 내용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아인슈타인은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최고의 교사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강의 당 배정된 학생 수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생 수를 30명 이상까지 받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학생이 수강하면 교수는 부담을 느낍니다. 글을 읽는 것도 힘들지만 이를 평가해야 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 한계가 발생합니다. 자연스레 정확성보다는 속도에 집중하여 평가를 진행합니다. 대학 교육도 열악한데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대부분 기술직으로 입사하거나 일반 사무직으로 입사하여 글쓰기를 등한시합니다. 글쓰기를 못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글쓰기 실력은 학생 시절에서 머물게 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중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더라도 시간을 따로 할애하여 그들의 글을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SNS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글들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이유를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서툰 일은 하기 싫다 



 '자기 핸디캡 전략'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무의식적으로 이를 모면하려는 심리를 설명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탓하기보다 핑곗거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방어합니다. 예를 들어 취업을 하지 못한 이유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라기보다 사회 구조를 탓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자기 핸디캡 전략이 글쓰기에도 적용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한 만큼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적습니다. 글쓰기는 선천적인 영역이며, 자신은 글쓰기 능력을 물려받지 못해 글을 못 쓴다고 한탄합니다. 아름다운 글이나 좋은 글은 작가의 영역이라며 선을 긋습니다. 원인을 잘못 판단한 귀인 오류입니다. 글쓰기를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못쓰는 거지 그들이 선천적인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최근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보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서 인기를 얻습니다. 문장 작성 능력은 부족하지만 이를 모아 의미 있는 글을 만들어 성공했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규정해야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문학적인 글쓰기라면 선천적인 역량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창의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쓰려는 글은 실용적인 글이 대부분입니다. 학생에게는 논술이, 대학생에게는 논문이, 취준생에게는 자기소개서가 글쓰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해당 글을 잘 쓰려면 예술이 아닌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글쓰기는 곧 기술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기술은 배우면 익힐 수 있습니다. 특히, 글쓰기는 올바른 방법으로만 연습한다면 단기간에 빠른 실력 향상을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1년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책을 출판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을 아무리 못하는 사람이라도 하다 보면 상위 20% 정도의 실력은 갖출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연습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 글쓰기의 왕도입니다. 


공대생 펜을 잡다



 저 역시 글쓰기를 잘하지 못했습니다. 대학 생활 시작을 전기공학과로 했습니다. 공대생이기에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숫자와 실험에 글쓰기를 준비할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과목 당 50페이지 분량을 외워야 했기에 글은 항상 후순위였습니다. 숫자를 나열하는데 글쓰기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습니다. 공식을 정확히 증명하는데 초점을 뒀습니다. 이과 공부는 저와 맞지 않음을 느끼고 문과로 전향했습니다. 문과 중 글을 가장 많이 써야 하는 언론정보학과로 전과했습니다. 공대생이 졸지에 기자 지망생들과 경쟁하게 된 것입니다. 공대와는 달리 대부분 평가가 글쓰기를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강요에 의해 쓴 첫 글을 보며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학과를 바꾸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거라는 순진한 생각과는 달리 다른 어려움이 저를 덮쳤습니다. 


 

 첫 글을 쓴 후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이 한심해서 운 경우는 그때가 처음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두려움과 서러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본 다른 동기들의 글은 칼럼니스트가 쓴 글과 유사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제가 실험하는 동안 글을 써와서 저보다 잘 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지만, 너무 큰 차이에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과연 2년 동안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포기하기 전에 노력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서점에서 글쓰기 관련 책을 10권 정도 샀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글쓰기는 후천적인 요인이 크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실천을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었고, 졸업하기 전 시민 기자로 활동하며 메인 기사로 노출되기까지 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글쓰기 연습 비법을 공개하겠습니다. 


글쓰기 향상 비법 공개



 제 글쓰기 실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연습 방법은 '필사'입니다. 남의 글을 보고 똑같이 쓰는 것을 필사라고 합니다.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실망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원래 본질은 단순합니다. 좋은 글을 많이 써보며 이를 체화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중앙일보 '시시각각'과 조선일보 만물상, 김훈 작가의 거리의 칼럼을 중점적으로 필사를 진행했습니다. 시시각각 칼럼 중 권석천 기자가 쓴 글을 추천드립니다. 김훈 작가 칼럼은 대부분 훌륭합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라파엘의 집'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글인지 첫 문단만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술집 골목에는 밤마다 지식인, 예술가, 언론인들이 몰려들어 언어의 해방구를 이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논하며 비분강개하는 것은 그들의 오랜 술버릇이다."(김훈 칼럼, 라파엘의 집)


 라파엘의 집이라는 불우 시설이 겪는 어려움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단문으로 리듬을 만드는 점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해당 칼럼만큼은 반드시 필사해보기를 권합니다. 필사를 해보며 김훈 작가의 철학과 문장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필사가 좋은 이유는 작가의 글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좋은 글을 많이 따라 쓰다 보면 자연스레 제 글에 녹아듭니다. 저 역시 누구의 글을 필사했느냐에 따라 조금씩 글쓰기 스타일이 변했습니다. 초반에는 어떤 글을 쓰는지가 제 글쓰기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자신만의 색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좋은 글을 최대한 많이 필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작가 별로 따라 쓰는 '맛'도 다릅니다. 어떤 특색을 지녔는지 직접 느껴보는 재미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술이 발달한 만큼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좋은 글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칼럼 외에도 주요 언론사 사설 란에는 매일 보석 같은 글이 올라옵니다. 언론사 칼럼과 사설을 위주로 시작하시길 권장드립니다. 너무 길면 부담감을 느끼지만 칼럼 정도는 누구나 1시간 내로 필사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개 필사가 이상적이지만, 어렵다면 2일에 한 개라는 목표를 두고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멍한 얼굴로 휴대폰을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 정신이 살아 나는 느낌을 여러분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앞에 인용했던 문구를 다시 상기시키며 제 글을 마치겠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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