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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혁 Nov 24. 2021

행복으로 가는 죽음의 열차

유리 드레스를 벗으려면 깨야 한다

자신의 슬픔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모습은 비참할 정도로 불쌍한 피폐하고 찌든 공간에서의 울부짖음이다.

그러나 자신의 슬픔을 누구도 모르길 바라는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운 행복이 깃든 봄날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쉽게 허물어져 버릴 것 같은 미친 듯이 흘리는 눈물은

새롭게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꽃의 생명수가 될 수 있는 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봄날의 꽃은 시들지도 않았는데 깨져버리고 무참히 밟혀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괴롭거나 힘들다고 표현하지 않은 네가 사라진 그날이 네가 행복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는 걸 모든 사람들은 한참 후에나 알았다.

너는 결코 쓰러지거나 시들지도 않고 그냥 아름답게 사라진 것뿐이다.

그 어떤 누구도 너의 고통을 본 적이 없고 기억하지 못한다.

너는 깨질 것 같은 유리 드레스를 예쁘게 입고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오늘을 살았으니까.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의 너의 모습은 고통과 기쁨의 하모니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복하고 싶은 연습을 충분히 했으니까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

네가 느낄 진짜 행복을 나도 곧 느낄 테니 옆자리에 꽃방석을 하나 놔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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