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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혁 Mar 19. 2020

글을 써 본 적은 없습니다만

생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글을   적이 없는데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냥 마구잡이로 써 논 글들이 모여져서 원고가 되었고 출판사의 컨택을 받아 `기획 출간`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가족을 포함해서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큰 박수소리와 함께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인정하는 모습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자신도 "작가"라는 호칭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겨우 책 한 권 냈을 땐 그러려니 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과 글을 쓰는 사람들의 비중이 거의 비슷해진 현시점에서 누구나 마음먹으면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니 나도 그중 하나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책을 낸 후 글을 쓰는 횟수가 늘어나고 첫 번째 원고를 완성했을 때 보다 두 번째 원고의 써나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습니다. 글의 양도 더 많았는데 말이죠. 첫 번째 책 때와 마찬가지로 출판사들을 알아보고 원고를 투고했습니다. 조금 긴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수 십 번의 거절을 당연한 듯이 삼키며 미천한 나의 원고를 봐준 출판사 관계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기대를 점차 놓으려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전체 원고의 1/10 정도를 추려서 투고를 했는데, 원문 전체를 보고 싶다는 어느 출판사의 대표님에 청량하고 맑은 목소리였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제 글을 사겠다는 계약 의사를 수화기 너머로 들으니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몸이 스르르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우연일 수 있는 첫 번째 기획 출간의 계약, 그리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기획 출간의 계약을 하고 나니,

이젠 거울을 보며 저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진짜 작가가 되었구나."

그러나 저는 지금 쓰고 있는 이글도 쓴다는 느낌보단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을 보고 잘 쓴다고 칭찬을 해주시면 정말이지 아직도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왜냐하면 글을 잘 쓰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은 모르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냥 생각을 잘, 그리고 많이 하고 있는 것뿐인데 말이죠.


생각을 누군가는 멜로디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다양한 색상의 물감으로 표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몸의 움직임으로(춤)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은 “말”하는 것이겠지요. 모든 글 쓰는 분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는 글을 쓰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말을 잘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화통화도 목적이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문자가 편합니다. 이것은 삶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랬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종종 있는 콜 포비아(Call phobia)라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가지고 있는 단점들이 개선되거나 나아지지 않으니 다른 방식으로 발전된 것이 글쓰기인 것 같습니다. 행위 자체는 글을 쓰는 것이지만 저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보며 느끼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누구나 많이 하는 생각들을 저도 오랜 시간을 해보니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속도가 느리고, 더욱 차분하고 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진중해지고 조심스러워지며 사람의 성향을 조금씩 바꿔주기도 하는 것이 “생각”인 것 같습니다.

생각은 많은 것들을 이롭게 해 주었습니다. 지난날의 회고와 반성, 현재의 자신에 위치를 겸허하고 담담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희로애락이 섞여있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것들이 잔잔히 스며듦을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자아성찰”이라는 거창한 사자성어도 붙이고 싶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하는 수많은 생각들은 삶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여서 윤택하게 해 줍니다. 그런 생각들로 일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갑니다. 저 또한 그래 왔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다른 한 가지를 더 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을 기록하는 일이요. 생각의 기록을 아주 옛날에 타인의 강요에 의해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기 쓰기” 말이죠. 그 이후 오랜 시간을 글을(책) 보거나 쓰는 행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나이를 지극히 먹은 어느 시점에 글을 끄적이고 있고 글을(책) 읽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하기 전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니 변하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 “생각”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엔 생각의 표출을 글로서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전혀 들지 않았었습니다. 생각의 표출을 위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나이와 상관은 없지만 길지 않은 인생과 삶에서 누구나 하는 생각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나 글을 쓰고 싶은 의미를 갖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많은 생각들 중에 남겨지는 것들은 아주 극히 일부입니다. 머릿속에 남겨지는 생각은 더더욱 적을 것이고 어딘가에 무엇으로든 남겨지는 생각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삶을 살다가, 혹은 삶의 언저리에 닿으면 그 언젠가 못 먹은 음식들만이 떠오를까요? 아님 그때의 나는?이라는 의문과 생각에 젖을까요?

생각은 그냥 내가 살아가는 일부입니다.

그 생각이 지금 제겐 글로서 표현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생각들은 삶 속에서 어떤 것들로 표현되고 표출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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