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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Jul 18. 2016

한 달 유럽

걱정과 고민은 1년 후의 내가 해줄 테니까

작년 여름, 나는 벼르고 벼르던 한 달간의 유럽여행을 떠났다. 한 달, 유럽,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들을 한껏 끌어안았던 2015년 여름.


떠나기 6개월 전, 비행기표를 질렀다. 적당하다기보단 조금 이른 시기에,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으로. 비행기표를 끊자마자 걱정과 고민이 몰려들었다. 스물다섯. 졸업생이나 다름없는 수료생이었고 친구들은 슬슬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모아둔 돈을 여행에 탈탈 털어 넣었으니 다녀오면 땡전 한 푼 없을 거다. 돌아오면 취준을 해야 할 텐데 영어 점수도 없고. 지금 이럴 땐가? 정말 괜찮을까?


알 바야? 그냥 노는거야


사실 고민해봤자 소용없었다. 환불 안 되는 비행기 티켓이었으니까. 어쩔 거야 가는 거지. 이럴 때가 따로 있나. 망해도 별 수 없지. 걱정과 고민은 1년 후의 내게 맡겨두지 뭐.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뭐, 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머릿속을 들여다볼 기회는 오지 않을까 합리화도 조금 하면서.


결과적으로 그러진 못했다. 그리고 1년 후의 내가 된 나는 또 걱정과 고민을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고 있다ㅋㅋㅋ 막상 떠나고 보면, 여행도 그곳에서 하루하루 살아남는 일인지라 그곳에선 그곳의 먹고사니즘을 고민해야 했다. 또 걱정과 고민은 어차피 지금의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이더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조각들을 조금 열심히 모아 보는 것. 모으다 보면 뭔가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뭐, 아님 말고. 그럴듯한 퍼즐이 완성되지 않아도 나는 이런 일이 즐겁다. 특히 좋은 기억은 자주 조각모음을 해줘야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 더 자주 줍고 모아 엮어볼 테다.


한 달 유럽, 리스따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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