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기억이 별처럼 소중해질 때

그림자를 찾는 시간

by 공작


별것 아닌 기억이 별처럼 소중해질 때

잘 살아보려고 그랬던 거다.


글을 쓸 때 고민이 되는 것은 나의 어두웠던 과거를 들추면, 꼭 부모님의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왜 그토록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가 왜 걸핏하면 싸우며 살았는지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치부는 곧 나의 치부이다. 꼭 치부를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미루고 미뤘다.

언젠가 어렸을 적 엄마가 쓴 가계부를 본 적이 있다. 외숙모 금반지 두 돈, 누구누구 내복 몇 벌, 돌잔치를 하고 받은 귀한 목록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렇다. 나는 엄마 아빠의 최고의 기쁨이었고, 주변 친지들의 사랑의 선물도 넘치게 받았다. 그런 내가 부모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이다.

혼자 보는 일기장에 적어 두고 힘껏 눈물을 쏟곤 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우리 부모님도 억울했을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모악산 근처에 놀러 갔다가 한 식당에 들어갔다.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는데, 해감을 안 시켰는지 달디 단 국물 뒤에 모래가 씹혔다. 모래까지 먹고 싶을 정도로 배가 고팠지만,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주인에게 말을 하자 오히려 화를 냈다. 아빠는 칼국수를 다 먹지도 못하고 나오면서, 사장님도 속상할 테니 이거라도 받으라며 오 천 원을 놓고 나왔다.

아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마음이 따듯하고, 손해도 볼 줄 아는 멋있는 사람.


시골집 뒷동산 과수원에는 한쪽에 동산을 따라 아카시아 꽃이 푸짐하게 피었다. 아카시아 꽃 향기가 진동하는 계절이면, 아빠는 아카시아 꽃을 따서 술을 만들곤 했다. 뒷동산에서 뛰어놀다가 옆을 바라보면 파란 통을 들고 아카시아 꽃을 따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까지도 아빠는 아카시아 꿀을 잘 만드는 곳을 찾아서, 매년 꿀을 사서 주시곤 했다. 돌아가시고 나니,

별것 아닌 기억들이 별처럼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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