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찾는 시간
대학을 졸업하고 강사로 일해서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다. 흰 봉투에 든 현금을 몇 번이나 세어보았다. 내 힘으로 번 첫 돈이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한 대가였다. 순간, ‘이제는 나도 어른이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엄마의 손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자립의 감정이 짧게 스쳤다.
하지만 엄마는 그 돈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갔다.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줘야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학생활은 4년 내내 성적장학금을 탔고, 용돈도 아르바이트로 해결했다. 그래도 엄마가 매일 점심값을 대주었고, 때로는 자격증 시험비도 대주었다.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갚아야 할 차례였다. 그래도 입안이 바짝 말랐다. 용돈 한번 주지 않던 엄마가 , 내게 돈 쓰는 것을 그렇게 아까워하던 엄마가. 내 월급은 쉽게 가져갔다.
그 자리에서 나는 무너졌다. 첫 월급의 기쁨은 단 몇 시간도 가지 못했다.
"나 임용고시 준비해야 하는데, 책 사야 되는데 다 가져가면 어떡해!"라고 말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도, 서울의 좁은 방에서 버티던 시절에도, 엄마는 전화를 걸어 말했다.
“돈 좀 부쳐라..”
그 말에 마음이 또 흔들렸다. 나는 그때마다 날아오르려다, 엄마의 손에 다시 붙잡혔다. 마치 내 날개를 꼭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엄마가 정말 내 날개를 꺾으려 한 건지, 아니면 엄마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여전히 품고 싶었던 건지. 지금 돌아보면, 그 경계는 모호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시절의 나는 여전히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첫 월급은 사라졌지고, 그날의 상처는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내가 ‘독립’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알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