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천사

그림자를 찾는 시간

by 공작

엄마는 나의 첫 번째 천사였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빨랫줄을 받쳐놓은 바지랑대가 서있고, 새하얀 천들이 나풀거리며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흰 물결 같은 나풀거림 속에서 엄마는 헤엄치듯 다니며 빨래를 널고 방망이로 이불을 털었다.

그 사이로 엄마가 보이면, 나는 연습장을 가지고 달려가 나비모양을 그리는 법을 물었다.

"엄마 다시 알려줘, 까먹었어"

묻고, 또 물으면, 엄마는 다시 연필을 들고 , 내 조그만 손을 쥐고 같이 나비를 그려주었다. 어느 때는 별을, 어느 때는 꽃을, 그리는 법을 , 알려준 내 전부였고, 내 우주였다.


그런 천사 같은 엄마는 곧 아빠를 대신해 생계를 꾸려야 했고, 주말도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저녁상을 차렸다.

찬거리가 많진 않았지만, 모래내 시장에서 사 온 상추 한 단,
두부 한 모, 그리고 가끔 구워낸 삼겹살이 있었다.
“이렇게라도 먹어야 힘이 나지.”
그 말과 함께 상추쌈을 크게 싸서 입에 넣던 엄마는
그 순간만큼은 웃었다.

아침이면 밥을 차리고 도시락을 싸서 내 손에 쥐여주었다.

엄마는 지금도 종종 말한다.
“나 아니었으면 너네 다 굶어 죽었어.”

진짜 그랬다. 엄마가 그렇게 독하게 살지 않았다면, 우리의 투정을 다 받아주며 살았다면,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살아남기 위해 버텼다. 그렇게 버텨서 우리를 배부르게 먹이며 살려냈다.


그 버거운 삶이, 나에겐 뜻하지 않은 상처를 남겼지만,


엄마 입장에선 결국 사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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