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찾는 시간
괜찮은 줄만 알았다. 우리 가족도 생각해 보면 분명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내 인생이 검정 도화지 같다고 여겼다. 아무리 빛을 비춰도 캄캄한 검은색. 그런 마음으로 엄마와 말 한마디 섞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너는 왜 그렇게 되는 일이 없냐 이 멍청한 것"이라는 말을 들은 나이가 겨우 스물다섯이었고 "너는 왜 이모양으로 사냐"는 말을 들은 게 서른다섯 살, 세 살 한 살 아이를 키우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때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며 엄마와의 연을 끊었다.
그러다 엄마와 다시 말하게 된 것은 아빠가 쓰러진 날이다. 병원에서 엄마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원망과 서운함이 뒤엉킨 자리에서, 슬픈 엄마의 얼굴을 외면할 수 없었다.
반딧불 노래에서는 빛나는 별이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검은 도화지인줄 알았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 인생은 검은 도화지가 아니라 스크래치 도화지였다.
긁어내야 비로소 색이 드러나는 그림. 조금씩 긁다 보니 그 아래에 숨어 있던 색들이 나타났다. 분홍, 파랑, 노랑 내 기억 속에서 잊힌 색깔들... 누군가 덧칠해 버린 나의 다양한 색들을 정작 나는 보지 못했다.
세월이 내 부모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 그 어두움이 나의 전부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다시 이겨낼 힘이 생겼다.
내가 사랑하는 또 하나의 가족, 내 가족이 생겼기 때문에...
내 마음속을 덮고 있는 검은 크레파스를 힘껏 밀어 올려 벗겨낸다.
그 아래엔 여전히 따뜻한 색이 숨어 있을 것이다. 숨어있던 보석 같은 색을 다시 찾아내는 일.
그것이 다시 나를 멋진 그림으로 그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