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찾는 시간
"엄마는 큰 인형 같아.
엄청 큰데, 귀여워.. 크크"
딸아이는 내가 귀엽다고 한다. 내게 너무나 귀여운 녀석이 되려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니 재미있지만 싫진 않다.
내 딸은 내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엄마와 충분한 애착을 형성하게 해주고 싶다.
행복한 기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다.
나는 명품백이 하나도 없다. 부끄럽지만 새치 염색도 집에서 하고 앞머리정도는 스스로 자른다. 꽤 만족스럽다. 지인들이 미용실에 다녀왔냐고 물을 때마다 머리를 혼자 했다고 하면 놀라곤 한다. 내 사전에 과소비를 하지 않음은 물론 쓰는 것은 오로지 커피값정도. 그것도 거의 홈카페용 캡슐이다.
이런 내가 흔들리는 경우는 바로 딸아이의 옷을 살 때다. 옷가게에서 사장님이 권하는 대로 다 골랐다가 옷값이 30만 원이 나온 적이 있다.
예쁜 옷은 얼마나 많은지 금액은 보지도 않고 죄다 샀다.
어린 시절 결핍의 흔적은 가끔 과소비의 형태로 나타난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교복만 입고 다녀서 외출복이 없었다.
변비, 생리통, 방광염 때문에 병원에 가는 건 사치였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일상이 매우 괴로웠다.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만 먹으면 쉽게 낳는 자잘한 병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하나도 신경 써주지 않았고, 나는 혼자서는 병원에 갈 돈이 없었다.
생리통 때문에 하루 종일 울어도, 엄마는 모른 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나오는 혈이 너무 많아 거의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 쓰러질뻔한 적도 있을 만큼
출산에 버금가는 통증을 쌩으로 견뎠다.
5학년때 초경을 시작한 딸아이가 혹시라도 나를 닮아, 아플까 봐 약을 항상 준비하고 있고 그런 증상을 보이면 바로 병원으로 갈 작정이다. 다행히 아직은 아프지 않다고 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자식에게까지 가난한 마음을 물려줄 필요는 없다.
불행히도 나의 부모님은 물질적인 가난과 정신적인 가난 속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었다.
이제 어른이기 때문에 내 삶을 다시 밝은 곳으로 끌고 갈 힘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 어두운 유산을 끊어내는 일이다.
내 아이들에게는 결핍이 아닌 믿음과 안정감을 물려주고 싶다.
자식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지 않고, 그늘을 물려주지 않는 부모가 되리라.
마음이 따듯한 아이, 밝게 웃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나는 이제 안다.
진짜 부유함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내면의 밝음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
나는
언제까지나
귀여운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