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이야기를 볼까. 누가 내 목소리를 필요로 할까. 이 세상에 내가 과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인가?
아마, 글쓰기를 하기로 작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글쓰기가 두렵고, 글을 쓰기 전에 세상적으로 내가 성공해야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단정 지었다. 그러던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몇 년 전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나의 옛날이야기를 연재하면서부터였다. 나도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잊혀지는 과거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글을 연재하자 차츰 독자들이 생겨났고, 내 글을 기다려주기 시작했다. 지금 다시 보면, 정말 부족해서, 숨고 싶지만, 그땐 무슨 자신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당신의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엔 다양한 방식으로 수백만 개의 다른 목소리가 사용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삶, 당신의 경험은 독특하다. 왜냐면 아무도 당신과 똑같은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도 말이다. 내가 나의 경험을 그냥 올렸을 뿐인데, 독자들은 같이 아파하고, 기뻐하고, 눈물 흘려주었다.
비슷한 사람이 있을 순 있지만,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글을 써도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두 시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떠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화통화를 한 시간 넘게 하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경험을 했는가? 독자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쉽다. 언제 어디에 있건, 글쓰기를 하는 것이 곧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냥 감정을 전달했을 뿐인데, 독자는 공감한다. 처음 말하기를 배운 것처럼, 어쩌면 이야기는 태초에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다 보면, 그냥 자유롭게 쓰다가도,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과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냥 글을 썼을 뿐인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게 된다. 작가 줄리아 카메론은 그의 저서 <아티스트웨이>에서 모닝페이지 쓰기를 통해 내면의 진정한 창조성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내 무의식적인 생각들과 미처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때론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내가 원하는 그것과 나의 경험을 한 바닥 쏟아내고 나면, 뭔가 모를 시원함을 느낀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질문할 수 있는 존재다. 질문으로 시작하면, 내 안의 더 깊은 것과 연결된 거룩함을 찾을 수 있다. 그저 쓰기만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