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퇴사사유: ‘너’는 누구인가
다 밀어주겠다는 ‘너’
그는 진심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맘껏 펼쳐보라 했다. 다 밀어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 당시 내겐 그럴 수 있는 존재로 보였다. 당연히 함께 제대로 일해보자고 말하는 그가 퇴사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너무 감사한 사람이다. 함께 일하면서 행복했고,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또 언젠가 기회가 되면, 혹은 기회를 만들어 다시 만나 함께 일해보고 싶다.
그런데 그 좋았던 시절에 이렇다 할 성취감이 없다.
반면, 퇴사 할 때 느꼈던 무기력함과 도태되어 간다는 느낌은 강하게 남아 있다. 나는 무엇인가 해보려고 했던 것은 같은데,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직장생활의 메커니즘과 조직의 생리, 시스템 안에서 그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사실 없었던 것이다.
그는 진심이었다.
분명 우린 부둥켜 않고 전의를 불태웠다.
서로가 어떻게 각자 가진 장점을 발휘할지 고민해줬다.
실수를 고쳐주고, 더 나은 방식을 찾았다.
...
그런데 돌이켜보니 자랑할만한 일이 없다.
직장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한계가 있다. 내가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그 선 안에서 일을 한다. 누구처럼 수평조직을 지향하던 혹은 군대문화를 자랑하던, 그 선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사용자들이 선명하게 그어 놓았다.
그 안에서 우리끼리는 어떤 것도 약속할 수 없다. 밀어주겠다 말할 수 없고, 밀어달라 조를 수도 없다. 그러니 함부로 장담하면 안 된다. 혹시 누군가에게 다 밀어줄 테니 함께 일하자는 말을 들어도 무턱대고 설레지 말자. 세상에 그런 건 없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다 밀어줄 테니 마음껏 일해보라 꼬드기지 말자.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고, 상황도 항상 변한다.
믿어주는 것과 유혹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동기부여와 이용해먹는 것도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