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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9. 2023

7. 일 잘하면 돈 많이 준다던 ‘너’

제1장 퇴사사유: ‘너’는 누구인가

일 잘하면 돈 많이 준다던 ‘너’ 

거짓말이다. 


일 잘한다는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다. 그리고 구멍가게가 아닌 이상 연봉은 정해진 인상 폭에 묶여 있다. 누가 어떻게 더 많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부분 직장인은 일을 상당히 많이 한다. 

일을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나눠 본다면 양적으로는 업무량이 넘친다. 질적인 측면은 개인의 역량 외 상사의 명확한 지시, 조직 구성, 회사의 시스템 등 변수가 많다.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 업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 대부분 내 탓은 아니다. 


일 잘하면 돈 많이 준다는 말은 대충 둘러치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진심이라면 퉁쳐서 ‘일’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무슨 '일'? 정확한 업무, 결과물에 대한 합의 등 진심은 디테일에 있다. 


일 잘하면 돈 많이 주겠다는 얘기를 두 명에게 들어봤다. 

예전에 ‘직장인은 안 잘릴 정도만 일하고, 회사는 안 나갈 정도만 월급을 준다’는 말이 있었다. 그들의 주니어 시절에는 이런 말이 무색하게 실제로 열심히 일했고 좋은 성과를 냈고 그에 따른 보상도 충분히 받아봤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본인이 경영자에 위치에 오르니 돈 많이 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은 듯 하다. 짜다. 

그럼 말을 하지 말아야지, 왜 자꾸 공수표를 날리나! 


연봉 엽상을 하는데 화가 나서 ‘받은 만큼 보다는 지금도 더 잘하고 있어요’, ‘일단 먼저 많이 주면 더 잘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본거죠?’라고 받아버려다가 참았다. 사실, 돈을 더 받더라고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뭘 더 잘할 수 있을까 가늠이 안됐다. 


올해 초 연봉 협상에서는 그가 제시한 연봉 인상액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인했다. 틀어진 그와의 관계와 업계의 연봉 수준 등 이러저러한 상황을 감안해 내가 예상한 인상액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 이하면 바로 안녕이었고, 그 이상이면 그래도 양심은 있다 생각했을 텐데, 딱 그 정도였다.  


연봉 협상 직후 서너 군데 회사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다. 몇 달 뒤 그에게 이직 제의를 받은 얘길 하며 연초에 왜 그렇게 연봉을 조금 올려주었는지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네가 이렇게 잘나갈 줄 알았나?” 


그 다음 말이 더욱 가관이었는데, 


“근데, 왜 다른 회사에서 나한테는 연락이 안 오지?” 


몰라서 물어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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