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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9. 2023

8. 이를 악물고 여기까지 왔다는 ‘너’

제1장 퇴사사유: ‘너’는 누구인가

이를 악물고 여기까지 왔다는 ‘너’ 

그들의 이상한 종특 중의 하나인데, 항상 본인이 삽질을 해 어려움을 만들고, 스스로 만든 어려움을 스스로 견뎌내고, 조금 지난 뒤에 ‘그 어려움들을 이를 악물고 이겨냈노라’ 자평한다. 


미친놈인가... 


보통 상식에 맞게 일하는 사람은 이를 악물 일이 생기지 않는다. 우선 깊이 고민하고, 보고하고, 여러 조직 간의 합의를 거쳐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목표한 바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복기한다. 또 실수를 하면 실수한 것 그대로 보고를 해야 회사에 배움과 경험이 쌓이는 법이다. 


그런데 그는 항상 몰래 진행하고, 혼자 주장하고, 옳은 일이라 강요한다. 그가 하는 짓은 일단 다 나쁜데, 본인 주장이 옳다고 강요하는 것이 제일 나쁘다. 그렇게 진행한 일이 틀어지면 이번에는 누군가에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 그때 뒤집어 쓸 사람이 반발하면 화려한 언변술로 이리저리 설득하여 무마한다.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항상 뒤집어 쓴 사람이 오히려 이를 악물고 그를 참아주는 형국이다. 그것도 모르고 그들은 스스로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하고, 이겨냈음을 대견해 한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 영웅이 되고 신화가 된다. 


한번은 처음 진행해본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필요할 것 같아 우리 부서 의견을 달았다. 대체로 긍정 의견이었으나 준비 과정에서의 아쉬운 점 등을 몇 가지 열거를 했다. 그가 말했다. 


“이건 왜 이렇게 썼니?” 

“다음에 이 일을 어떤 부서가 맡던 시행착오를 줄여야죠” 

“이런 내용이 있으면 내가 위에 어떻게 보고하니?” 

“... 아, 그래요? 그럼 그 부분 지우고 그냥 좋은 내용만 놔둘게요”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한 일은 다 잘한 것이라는 정신 승리자들. 


그래서 나는 또 사직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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