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자기소개서(2) 업무중심으로 기술
신문 지면을 더럽히기 싫었던 3년차 PR인
내 글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달고 기사가 된다. 그래서 함부로 쓸 수 없다.
나에게는 일종의 강박이었다. 종이로 된 신문 위의 활자들이 놓여진 그 공간은 내게 전쟁터였다. 그리고 성스러운 곳이었다. 하루짜리 지식인을 위한 상품이 놓이는 곳. 유통기한은 하루지만 영향력은 영원한 곳. 식자들의 아침식사. 나는 그곳을 경외했다. 그리고 그곳에 내 고객을 위한 기사를 올려두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월급을 받지 않고, 벌었다. 순수하게 가치를 인정받아 그곳에 가야 했다. 다른 방법도 많았다. 돈으로 한 귀퉁이를 사는 것은 PR이 아니라 광고였다.
언론홍보의 꽃을 피칭(pitching)이라고 한다. 예전 회사 팀장님은 아마도 내가 피칭의 마지막 세대일 수도 있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홍보인들이 협찬으로 기사 내는데 익숙해져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PR담당자들은 머리를 싸매고 피칭 앵글을 쥐어짜고 있다. 새벽부터 친한 기자들의 발제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그렇게 훈련 받은 홍보 전사(戰士)들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이끌어 나간다. 우리는 트렌드를 만든다. 그 트렌드 안에서 고객의 상품과 서비스가 팔려 나간다. 새로운 생활 양식을 선보이고 습관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우리는 윤리적이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의 생활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우리가 구려지는 만큼 사회가 구려진다. 회사 빨아주는 기사에 흐뭇해하고, 본인 만족을 위해 지면을 더럽히는 일당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런 고민만큼 결과가 항상 좋았던 것도 아니다. 아이디어가 없거나 글발이 서지 않을 땐 실망도 많이 하고 싫은 소리도 들었다. 어디서 성공했다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다. 항상 뒤에서 일하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일한다. 가족들은 몇 년째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래도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일을 더 잘해보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부족하고 소홀하여 쓰레기를 세상에 뿌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고 있었다.
홍보를 알아가던 어릴 때 그랬다. 내가 작성한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낼 때, 송구했다. 당신의 이름을 달고 내 자료가 나가면서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그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내용인지, 내가 차지한 그 한 귀퉁이 때문에 더 필요한 기사가 못 나간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