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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4. 2023

“이직이 많으신데,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프롤로그(1)

“이직이 많으신데,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분명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지는 면접관들도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미 나에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했던 질문일 것이고, 그렇기에 내가 모범답안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상황극을 하듯 묻고 답한다. 각자 역할에 충실한 직장인들. 


하지만 나는 허를 찌른다. 나는 아직 모범답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범답안은 없지만 모든 이직의 이유는 한가지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퇴사의 이유는 한가지다. 면상에 대고 말해주고 싶은 그 단 한마디. 


‘너’. 


그럼 다시 직장을 구하는 이유는? 역시 단 한가지다. 


‘카드값’. 


우리가 서로 알고 있는 그 정확한 이유를 얼마나 면접답게 돌려 이야기 할 수 있는가에 따라 합격, 불합격이 갈린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세상 어딘가에 좋은 리더, 좋은 동료, 좋은 직장, 좋은 업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품는다. 이런 기대감에 대해 ‘너’에 해당하는 어른들은 비웃는다. 심지어 비싼 심리검사에서도 유아적인 사고로부터 적절한 성장을 하지 못했노라 평가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매번 이직을 성공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아직 혼나본 적은 없다. 


아니 있다. 

몇년 전 퇴사한 뒤 마이너스 통장 만기가 찾아왔다. 직장이 없으니 만기를 연장할 수 없었다. 퇴직금을 다 마이너스 통장 상환하는데 넣고 나니, 아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취업해라”. 


그리고 3일만에 취업하는 기적을 행했다. 

그러나 그런 기적적인 취업의 결과도 역시 1년 4개월만의 퇴사다. 


이 글을 쓰는 2019년, 그 간의 퇴사 스토리와 취업의 스토리를 정리해보고자 시작했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철저히 내 입장만을 옳다고 주장하면서 쓸 예정이다. 


그럼으로써 ‘우리’에게는 위안을 주고, ‘너’에게는 이해의 기회를 주고, ‘사회’에는 변화의 물결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경고를 주려고 한다. 


솔직한 내 이야기가 퇴사가 유행인 시대를 이용한 책이라고 하지 말자. 

유행하기 훨씬 전에 이미 예닐곱 번은 퇴사해봤다. 


친구들이 말하는 ‘프로이직러’라는 별명도 떼어버리고 싶다. 

왜냐하면 이직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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