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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Min Jan 22. 2022

Chapter 14. 인터뷰③  작업하는 놀이터, 모야

강동구 작은 도서관 '웃는책'의 모야의 오른손 '네네(윤수혜)'

오른손을 소개합니다, 세번째 이야기


모야에서는 작은손들을 만나는 작업실의 운영자들을 '오른손'이라 부릅니다. 오른손들은 어린이들의 좋은 동료이자, 작업실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숨은 주역입니다. 그래서 오른손이 어떤 분인지에 따라 모야의 색깔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모야 브런치 매거진에서는, 작은손을 만나는 애정과 철학을 가지고 모야를 생기있게 만들어가고 계시는 세 분의 오른손 인터뷰를 차례로 발행합니다.


세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서울 강동구의 '작은도서관 웃는책'의 모야 운영자입니다. 천일어린이공원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웃는책 도서관은 놀이터의 활기가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멋진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요.

웃는책 도서관과 도서관 앞 천일어린이공원

그래서일까요? 웃는책 도서관에는 놀이의 고수가 모야의 운영자로 활약하고 있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소개할 '네네'(윤수혜 오른손)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웃는책 모야를 소개하러 찾아간 자리에서 단박에 놀이력 가득한 모습에 반해 인터뷰를 결심하게 되었지요. (웃는책 모야 소개는 아래 영상에서 조금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어요.)

작은도서관 '웃는책' 라이브 보러가기

인터뷰를 통해, 어린이들만의 모야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함께 그 놀이의 멤버가 되어 계신 운영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길 바랍니다.

 작은도서관 '웃는책' 모야의 운영자 네네 (윤수혜 오른손)




작업하는 놀이터, 모야

- 강동구 작은도서관 '웃는책' 모야의 네네 (윤수혜 오른손)


Q. 네네, 반갑습니다! 요즘 모야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요즘 웃는책 모야는 매일 다른 오른손이 활동합니다. 웃는책 모야는 총 5분(네네, 다다, 모모, 목, 장비)의 오른손이 계시고 현재는 3명이 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근 새롭게 '일일오른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작년보다 더 많이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일오른손 : 뒷짐손(부모) 대상 일일오른손 체험을 통한 모야 문화만들기 프로젝트로 일일오른손 체험자들은 이후 오른손으로 활동가능) 원래 웃는책 김자영 관장님의 모토가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하세요. 모야의 모토도 마찬가지이죠. 어린이들이 놀든 작업을 하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언제든 들어와서 또 놀 수 있는 항상 오픈되어있는 공간. 코로나 때문에 어렵지만, 모야도 최대한 운영하려고 해요. 

햇살이 아름다운 작은도서관 웃는책의 모습

Q. 일일오른손이라니! 웃는책 도서관은 이용자 층이 참 돈독하고 두터운 것 같아요.

웃는책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강좌는 봉사로 진행돼요. 수익보다는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진행되는 것이죠. 저는 이 동네로 이사와서 웃는책은 3년 정도 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사실 작은도서관 웃는책은 2009년 개관하여 13년이나 되었답니다. "우리 아이가 꼬마 때부터 웃는책에 다녔는데 지금은 고등학생"이라며 애정이 남다르시죠. 그런 이용자 분들이 많다보니 봉사강좌도 진행하고 모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는 편이죠. 저에게 모야는 작업이고 놀이고 예술이지만, 밖에서 보면 저지레이고 난동일 수 있는데 다 이해해주세요. 어떤 때에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부순다고 집어던지기도 하고 인두기로 플라스틱을 녹이다 연기가 난 적도 있는데 용인해주세요. '모야는 그런 곳이야'라는 분위기랄까요.


Q. 어떻게 모야 운영자가 되셨나요?  

제가 대부분의 잡일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오른손들과 웃는책 사서님(워터문 관장님, 난초 사서님, 무명 사서님)이 함께 합니다. 매달 모야 워크샵을 통해 운영되고요. 저는 3년 전부터 웃는책에서 책놀이 강좌를 해왔어요. 그 때부터 난장피우며 책을 봤죠. "거기 무슨 일 있어요?"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웃음) 저의 책놀이 철학은 말그대로 '놀이'라서 아이들이 책상 밑에 숨어서 책을 보거나 뛰면서 읽기도 하고 한 발로 서서 읽기도 했어요. 놀 때는 두루마리 휴지를 잔뜩 풀어 눈물바다를 만들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을 관장님도 사서님도 좋게 봐주셨고, 그때 모야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관장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사실 모야를 도서관에서 해야 할지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도 하셨는데, 당장 받아오자고 했죠. 제가 꿈꾸던 곳이기도 했어요. 아이들의 자유가 존중받는 곳이요.


멋지게 별명을 소개하는 네네 (2021.11 웃는책 라이브 현장)


 Q. 모야를 시작하시기 전부터 놀이감각이 남다르셨네요. 원래 이렇게 놀이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는 조금은 쌩뚱맞지만 전직은 응급실간호사였어요. 출산 후 공동육아를 하게 되었는데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이가 어린 편이라, 힘쓰고 몸쓰고 힘든 일이 책놀이라서 제가 그걸 맡게 되었어요. (웃음) 그렇게 봉사로 시작한 책놀이강사에 재미를 느껴 자격증도 따고 프리랜서 강사까지 하게 되었죠. 지금도 여전히 책놀이강좌로 반절은 지역단체를 대상으로 한 봉사강좌를 하고, 강동구에 이사 온 이후로 웃는책을 만나 책놀이를 이어가고 있네요. 이렇게 놀이중심으로 활동을 해오다 보니 저는 모야가 생긴 것이 너무 좋아요.


Q. 모야가 좋다니 너무나 다행이네요. 모야의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항시 개방되어 있는 것과 어린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요. 강사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자료를 제공하고 이렇게 합시다 하는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조금만 나이가 차도 어린이들은 잘 안하려고 해요. 혹은 대부분 하더라도 멀뚱멀뚱 쳐다보거나 "해도 돼요? 써도 돼요?" 이런 말을 하죠. 모야도 처음 시작할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이거 써도 돼요? 몇시에 끝나요? 오늘 뭐 가르쳐주세요?" 등등. 그런데 한 달 지나니까 안 물어봐요.


모야에서는 이제 그런 질문이 나오지 않죠.
지금은 "네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거 어때요?" 라고 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
본인들끼리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이
참 좋은 거에요.

웃는책 도서관 내 모야

놀이터에만 가보셔도, 엄마들이 보통 쭉 둘러싸고 앉아있잖아요. 그럼 아이들은 혼자 놀아요. 다 낯선 친구들이니까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아요. 그런데 모야를 자주 오다보니까 아이들이 자기가 아는 친구, 언니, 동생들이 생기는 거에요. 모야의 활동이 놀이터로 그대로 이어져서 다음 놀이로 펼쳐지더라고요. 작은손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 거죠. 모야가 아이들끼리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예약제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뒷짐손(부모님)에 의해 늘 예약되어 억지로 오던 작은손이 있었어요. 그런데 모야를 경험하고 나면 작은손들끼리 생각하고 토론하고 실험하고 창조하고 실패하는 자유가 낯설지 않게 되죠. 지금은 스스로 찾아오는 작은손이 되었어요.


Q. 많은 도서관에서 그렇게 되기를 원하시지만 쉽지 않으신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분위기 조성이 자연스럽게 된 걸까요?  

우선 놀이터라는 도서관 밖 환경이 큰 것 같기는 해요. 모야 예약시간 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모야에 들어와서 활동하게 되니까요. 평일 오후 2시에는 보통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는데, 그때 놀이터에서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모야 이용하는 아이들이거든요. 모야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너 여기 왜 왔어?" "나 모야 하러 왔어." "어, 나도 모야 왔는데. 너 몇 살이야?” 그러면서 자기들만의 공유점이 생기며 친해지는 거죠. 혹은 모야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이 그대로 나가서 놀이터에서 놀게 되거나요.


한편에는, 오른손들의 열정도 있어요. 봉사활동으로 해주시는데도 모야 오픈시간만 딱 하시는 게 아니라 오픈 한 시간 전에 오셔서 준비하시고, 다칠만한 환경이 혹시 있는지 살펴보시고요. 오른손 일지도 쓰고 한 달에 한번씩 워크숍도 하고, 공유할 일이나 중간에 개선할 점이 생기면 그때 그때 나눠야 하고요.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모두 흔쾌히 투자해주시는 거에요.  


그리고 초반에 분위기가 어린이 놀이 중심으로 잡히도록 노력을 많이 했죠. 사실 뒷짐손, 사서, 이용자님들이 불편하셨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망치질하면 위험해보이고, 너무 떠들면 시끄럽고 그렇잖아요. 그러면 모야에 와서 개입하고 잔소리를 하시게 되는데, 제가 그때마다 그 분들에게 자꾸 되려 이야기를 했죠. "여기 투명 바리게이트 안보이세요? 어른들은 못 들어오세요~" "모야는 괜찮습니다! 말 걸지 말아주세요!" 그런 식으로요. (웃음) 그런 부분을 다들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고 이해해주신 거죠. 결국엔 (분위기를 만드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Q. 결국 사람이 중요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오른손끼리의 소통 체계는 네네가 중심을 잡으셨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이유는 제가 아이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라... (웃음) 다른 분들은 둘셋 있으신데 제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보니 그렇지 않았나 싶어요. 관장님은 모야에 대해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으시고, 모야에서 난리가 나도 뭐라 하지 않으세요. 가끔씩 뭔가 위험해보이면 "네네, 이거 아이들이 써도 되는 물건인가요?" 여쭤보시고, 그럼 저는 "그럼요~ 써도 돼요." 하는 거죠. (웃음) 관장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는 게 저는 감사하죠.

 

웃는책 모야의 오른손들 (좌 : 네네, 모모 / 우 : 다다, 모모, 네네)


Q. 모야 오른손으로서 나만의 노하우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인생은 셀프"에요. 제가 작은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에요. "여러분! 인생은 뭐라구요?" "셀프요!"라고 대답할 정도이죠. 쉬이 도와주거나 알려주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저는 작은손의 도움 요청에도 다른 작은손이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초반에 친해지면 저에게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거든요.


그럼 "저는 바빠요. 인생은 셀프!"라고 해요.
작업할 때 잡아줄 손이 필요하다면,
저는 다른 작은손을 불러서
이것 좀 잡아달라고 해요.
 "작은손의 일은 작은손이 도와야죠!
저는 바쁘다고요."


저는 오히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거나 실험하며 집중하고 있죠. 어른 오른손으로 함께하기보단, 어른 작은손의 느낌으로 함께하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어떨 때는 작은손들이 저에게 반말을 하는데 그러고선 본인들이 놀라요. (웃음) 저는 아이들이 최대한 이 곳에 놀러왔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많은 어머니들이 놀이하면 힘들다고 하시는데요, 놀아주면 힘든 것 맞아요. 그런데 같이 놀면 재미있죠. 어떤 아이가 제 기분을 나쁘게 하면 저도 솔직하게 기분 나쁘다고 이야기해요. 저에게 공격한다고 하면 저도 같이 반격하기 위해 돌입하죠. (웃음)


Q. 장난과 놀이에 진정으로 동참하고 계시는군요! 네네는 직접 작업도 하시나요?

될 수 있으면 바쁜 모습을 보여주려 해요. 작은손끼리 할 수 있게끔요. 처음에는 만들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기존에 아이들이 만들었던 것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조금 다르게 만들었어요. 제가 따라서 만든 거죠. 지금은 만들기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거 들어오면 제가 만들어보기도 해요. 1년 정도 되니까 공구를 아이들이 정말 잘 쓰거든요. 저희는 모야에 처음 오는 어린이들을 '퍼스트'라고 부르는데, 최근에 퍼스트들이 많아지는데 기존 작은손들이 잘 알려주고 있어요. 정확한 사용법만 알면 2학년이 4학년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나이와 상관없더라고요. 저보다 더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줘요. '나 이렇게 해서 다쳤었거든' 하는 무용담을 함께 들려주면서요. 제가 만든 것은 기존에 오는 친구들은 쳐다도 안 봐요. 자기만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처음 오는 작은손들은 따라해보는 편인 것 같고요.


어린이의 작업을 설명하는 네네


Q. 모야에서 어린이들 작업을 볼 때 관찰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제 관찰포인트는 '관찰만 할 것'이에요. 토달지 않고 그냥 보는 거죠. 어린이들이 고민하는 점에 다양한 방법과 재료를 제시할 뿐이에요. "웃는책 모야에서 붙이는 도구는 딱풀, 목공풀, 투명테이프, 양면테이프, 글루건, 끈, 순간접착제, 전동드릴이 있습니다. 선택은 셀프입니다." 라고 랩하듯이 읊어줘요. "딱풀로 붙을까요?"라고 물으면 "해봐요. 안붙으면 다른 걸로 다시하면 되죠. 네네는 안해봐서 모릅니다. 해보고 알려줘요."라고 답해요.

처음에는 "어른이 왜 몰라요?"
라고 되물었지만
지금은 사부작사부작 이것저것 해보고
실패도 성공도 공유해줍니다.


몇 개월째 이름뱃지만 만드는 작은손도 있어요. 종이에 글씨쓰고 뒷면에 옷핀달고 끝! 매번 똑같은 것을 색만 다르게 만드는데, 제가 토달지 않으려고 진짜 노력해요. 그렇다고 어떠냐는 질문에 항상 '예쁘다' 라고 하진 않아요. "개인적으론 지난번께 더 맘에 들어요"라던가, 별로인 것은 "네네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00(작은손)의 스타일 같아요."라고 이야기하죠. 매번 하나씩 만들어주는데 맘에 들어서 한달 넘게 달고 다닌 것도 있어요.

그리고 저는 관찰할 때 작업하는 작은손들의 대화를 적는 편이에요. 인상깊은 대화들이 콕콕 담겨져 있어서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그 친구의 감정상태까지 써둬요.


Q. 모야에서 좀 더 일어났으면 하는 장면, 풍경 등이 있나요?

협업작업이 그립네요. 웃는책 모야는 작업공간확보를 위해 작업대를 각각 떼어놓고 시작하는데, 처음보는 작은손들이 무슨 작업을 할지 고민하다 마음이 맞으면 서로의 작업대를 끌어와 딱 붙여서 작업해요. 작업은 만들기가 되기도 하고 놀이가 되기도 하고 연극이 되기도 하며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 놀이터에서 이어지기도 해요. 이 과정은 '어린이가 스스로 하는 현장예약'이 있을 때 많이 보여졌어요. 친구들과 같이 오거나 현장예약을 위해 대기하면서 친해지면 협업이 더 쉽게 일어나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보여주거든요. 30분 전부터 선착순 대기해서 받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해서 찾아오고, 대기실도 있어서 거기서 대기하는 동안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게 되어요. "나는 오늘 인형 만들건데." "나는 고양이 만들어야지." 그렇게 대화를 트고 친해지는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자연스러운 협업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잠시 접어두었던 '현장예약시스템'은 2월부터 다시 진행 예정입니다. 자연스러운 협업을 기대하고 있어요.


Q. 모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어린이와의 만남이 있다면?  

7살 나나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유레카' 할 수 있게 해주었던 어린이라서요. 나나는 지관통을 쌓아 라푼젤의 성을 만들었어요. 좁고 긴 지관통으로 밑둥을 쌓고 맨위는 넓고 짧은 지관통으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쓰러질 듯한 성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 쉽지 않은 작업이었고 왜 그렇게 하는지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랬더니 나나의 대답은 "라푼젤의 성에는 계단이 필요없어요. 마녀도 머리칼을 타고 창문으로 다녔거든요. 그러니까 문도 필요없어요. 위가 넓은 이유는 라푼젤이 살아야하니까요." 라고 똑똑히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그 친구의 이야기가 있고 계획에 따라 나름의 형태로 구현했던 거에요. 제가 가진 생각의 틀을 깨뜨리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고, 그 뒤로는 '아이들은 뭘 해도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 매순간 유레카를 외쳐요. 작은손들은 끊임없이 감탄하게하고 감동하게 하죠. 함께한 작은손은 다 기억하는 것 같아요.


네네에게 '유레카'를 외치게 했던 나나의 라푼젤 성


1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작은손도 있어요. 태경이라는 친구는 8살인데, 처음에는 종이접기만 계속 했어요. 비행기, 나무 등등. 어느날 포켓몬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포켓몬을 뽑을 수 있는 커다란 상자를 만들었어요. 그 과정이 1년이 걸린 거에요. 어떤 3학년 형이 동전 분류기 만든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거죠. 그러다가 전기작업으로 넘어가서, 어느 날은 투명 비행기를 만들었어요. 비행기는 안을 봐야 해서 투명이라고 하며, 피에조랑 모터랑 다 달았는데 그 날 2시부터 6시 반까지 작업을 했어요. 포텐이 터진 날이죠. 집중해서 계속 반복한 날이었어요.

태경이의 작업모습
태경이의 투명 비행기


Q. 어린이들이 모야를 어떤 곳으로 느꼈으면 하나요?

저는 어린이작업실보단 '어린이작업놀이터'라고 더 많이 표현해요. 작업실은 뭔가 꼭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아이들이 이 곳을 어른이 있지만 잔소리가 없는 놀이터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놀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즐거움'의 여부인 것 같아요. 그리고 놀이는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A에서 시작하더라도 옆에서 'B, C 붙이면 어때?' 하고 첨언이 계속 생겨나죠.

세 친구의 협업이 일어나 색을 입히고 바퀴가 달린 무대가 만들어진 작업

박스로 무대를 만들었는데 한 어린이가 와서 "물감이 있자나" 해서 그 무대를 물감으로 칠하기 시작하고, 다른 친구가 또 와서 "여기 바퀴가 있으면 움직일 수 있겠다, 그렇게 커다란 걸 어떻게 들고 갈건데?" 라고 해서 또 셋이 쭈그리고 앉아서 바퀴 달기를 못으로 했다가 할핀으로 했다가 글루건으로 붙이다 밀고 당기고 또 부서지고 그런 과정이 일어나요. 놀이가 주는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이죠.

물론 집중하여 혼자 작업하는 것도 인정을 해줍니다. 그럴 때는 '돈 터치미' 모드로 깃발을 세워둘 수 있게 해요. 어느날 '울이'라는 친구가 "저 집중할 거니까 말 걸지 말아주세요." 하길래 시작하게 되었죠. 다른 친구들은 계속 수다떨고 소란스러워, 그 속에서 만들기가 이루어질가 싶은데 또 집중을 해요. 어떤 형태의 작업방식이 정답이라는 건 없는 거죠.  


Q. 모야를 통해 기대하시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웃는책 모야는 어린이들만의 '모야문화' 만들고 있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작은손의 질문에 다른 작은손이 대답하도록 하고, 도구 사용도 익숙한 작은손이 낯선 작은손에게 알려주도록 하고 있어요. 작은손들이 스스로 모야를 이끌어갈  있도록 문화를 만드는 중이죠. 웃는책은 전부터 모야같은 공간을 꿈꿨다고 하니까요. 저는 지원이 끝나도 강동구에 사는  꾸준히 모야 관리장의 역할을  거에요. 오른손의 많은 역할은 작은손들이 하면 돼요. 지금 웃는책에는 자칭, 타칭 오른손 후보들이 있어요. 


웃는책 모야가 꾸준히 이어져 작은손들에게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되길 꿈꿉니다작은손, 사서, 뒷짐손들에게도 
계속 모야 문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말하고 있어요.
모야 자체로 굴러갈  있도록,
우리가 없어도 유지가   있도록요.
10년을 보고 있어요.


Q. 정말 든든하네요. 웃는책 모야의 10년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네네에게 모야란 무엇인가요?

저에게도 놀이터에요. 작업놀이터요. 저는 모야에 놀러가는 거에요. 일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못해요. 7살 어린이 4명과는 일 못하죠. (웃음)  





인터뷰 및 정리 : 민지은 (도서문화재단 씨앗 모야 프로젝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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