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지되, 나를 잃지 않는 방법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리, 어느 순간은 편안하고 어느 순간은 불편해지는 미묘한 간격. 우리는 그 선을 정확히 보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느끼며 살아간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그 선은 더 흐릿해지고, 때로는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상대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겹쳐질 때, 우리는 비로소 관계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고,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
예전의 나는 그 경계를 잘 세우지 못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좋았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서운해하지 않도록, 실망하지 않도록 나를 조금씩 조정해 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믿었고, 그 방식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기보다는 더 잘 맞추는 방법을 고민했다. 어느 순간에는 나의 기준보다 상대의 기준이 더 중요해진 채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었고, 관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나를 맞추는 일이 반복될수록, 내가 어디까지 괜찮은 사람인지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쉽게 넘기지 못했던 감정들이 하나씩 쌓여갔다. 그렇게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마음속에 머물며 나를 조금씩 무겁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관계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상대를 잃고 싶지 않아서 더 노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나는 나 자신과 멀어지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어디까지 괜찮은지, 어떤 순간에 선을 그어야 하는지 점점 더 알기 어려워졌다. 관계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점점 흐려지고 있었고, 어느 순간에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 날들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문제없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갈등이 없는 상태, 불편함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 서로에게 실망하지 않는 상태.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나는 내 감정을 자주 뒤로 미루고 있었고, 그 선택이 쌓일수록 점점 더 나를 설득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설득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문제가 없는 관계보다 중요한 건, 내가 사라지지 않는 관계라는 것을. 그 깨달음은 크지 않았지만 분명했고, 그 이후로 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맞추기보다, 나를 지키면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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