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시 마음이 고향으로 돌아가다

명절의 무게를 내려놓고, 다시 마음으로 돌아간 시간

by 민힐러

추석 명절, 고향으로 향하는 SRT 안에서 문득 생각했다.

나의 기억 속 첫 명절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 형제들과 어른들, 한 상 가득 차려진 차례상, 정겨운 외갓집의 풍경, 그리고 함께 즐기던 전통 놀이들.

그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되살아나 마음이 뭉클해졌다.


결혼 후, 나는 명절을 점점 싫어하게 되었다.

포항 시댁과 부산 친정을 공평하게 찾아가야 하는 부담스러운 여정이 매번 나를 지치게 했다.

명절이 ‘쉼’이 아닌 ‘미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조금 달랐다.

아이들과 함께 부산 친정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첫날엔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카페 ‘벌툰’에 갔고,

둘째 날엔 교회 예배 후 부산 어린이대공원 수변공원을 걸으며 피톤치드 향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셋째 날엔 친정엄마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경주의 월정교와 한옥마을을 거닐며 웃음을 나눴다.


올해 명절은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감사했고,

여전히 남아 있는 아픈 기억들 속에서도 진심으로 자유로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가오는 내년의 설날은 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올해의 추석처럼, 마음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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