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서’ 오히려 잘 된 일

용기있게 멈추었던 순간

by 민힐러

한 해를 돌아볼 때, 우리는 보통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올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하지 않음’이 어떤 좋은 변화들을 데려왔는지. 생각해보면 올해 나는 많은 것들을 멈췄다.

그리고 그 멈춤이 예상보다 더 큰 회복과 성장을 만들어주었다.


1. 억지로 관계를 붙잡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내가 조금 더 잘하면 관계는 이어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불편해도 참았고, 이해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척했고, 어느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좋은 사람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어느 지점에서 문득 깨달았다. 인간관계는 노력으로만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걸. 서로의 마음이 향하는 속도가 비슷해야 편안하다는 걸.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억지로 붙잡지 않으니, 마음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정말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쩌면 ‘비워야 들어온다’는 말은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2. 완벽하려던 습관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나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엔 부지런하고 성실해 보였겠지만, 사실은 늘 긴장하고, 실수할까 두려워 시작조차 못 했던 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그냥 해보자.”

놀랍게도, 완벽하지 않게 시작한 일들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틀릴까봐 미루던 일들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가능성이 조금씩 넓어지는 걸 느꼈다.

내가 나에게 준 가장 좋은 선물은 ‘조금 덜 완벽한 나를 허락한 것’이었다.


3. 감정을 바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면 금방 벗어나려고만 했다. 기분이 나쁘면 바로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 없애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면 할수록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문제는 풀리지 않고, 나만 지쳐갔다.

올해는 달랐다.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이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조용히 들어보았다. 화를 참지 않으면서도, 화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슬픔을 빨리 걷어내려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머물게 해주었다. 그렇게 ‘바로 고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나를 더 안정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돌아보면, 올해의 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지 않아서, 멈췄기 때문에 더 깊이 내려갈 수 있었고,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멈춘다는 건 후퇴가 아니라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더 정확하게 선택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내년의 나는, 조금 더 용기 있게 멈출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멈춤 속에서 나답게 빛나는 지점을 더 많이발견하는 사람이었으면.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억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숨 쉴 공간을 선물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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