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길로 발을 내딛는 용기
올해 가장 나답게 살았던 순간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누구의 기준에도 기대지 않고, 오롯이 내 마음 하나만으로 일본 여행을 직접 계획하고 실행했던 시간이다.
처음 여행을 떠올렸을 때만 해도 막연한 설렘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두려움이 공존했다. 하지만 그 마음 위에 조심스럽게 첫 단추를 잠그듯 항공권을 알아보고, 일정표를 짜고, 숙소를 고르는 일을 시작했다.
검색창을 헤매고, 지도를 확대했다 줄였다 하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누가 추천한 장소가 아니라, 정말 내 발이 향하고 싶어 하는 곳을 고르기 시작한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내 안에 쌓여 있던 작은 용기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시간이었다.
어떤 날에는 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도 했고, 또 어떤 날에는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에 ‘여긴 꼭 가야지’ 하고 혼자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 하나하나의 선택이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분위기에서 마음이 느슨해지는 사람이구나.’
계획을 세우는 동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 당일,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던 순간
마치 내가 만든 작은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길 끝에는 누군가의 의도가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든 하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일본 땅이 보이기 시작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이건 온전히 나의 여행이야’라는 문장이 조용히 떠올랐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감각이 더 예민하고 자유로웠다. 골목길을 걷는 속도도, 카페를 고르는 기준도, 사진을 찍고 싶은 순간도 모두 내가 좋으면 그걸로 충분한 날들이었다. 잠든 새벽의 도시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 편의점 앞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잠시 쉬던 시간, 혼자 마주한 풍경 앞에서 마음이 느긋해지던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 나는 나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남는 기억은 스스로 선택한 여정에서 느꼈던 자기신뢰의 감각이다.
작은 길 하나를 고를 때조차 ‘내가 하는 선택이면 괜찮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확신은 여행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나를 붙잡아주는 힘이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강하고, 생각보다 유연하고, 생각보다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돌아온 후에도 가끔 그 여행을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조금 서툴러도, 조금 망설여도, 그 선택들이 내 삶을 조금 더 나답게 만들고 있었다.
내년에도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싶다. 누군가가 추천하는 길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길로 발을 내딛는 용기. 세상 속도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숨 쉬기 가장 편한 리듬을 지켜내는 단단함. 작은 여행 하나가 내 삶에 알려준 그 소중한 메시지를 새해에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앞으로도 나답게 살 수 있는 선택들을 꾸준히 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