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택을 하게 된 과정과 깨달음
올해의 수많은 선택들 가운데, 시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단 하나의 행동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선택은 거창한 목표나 외부의 기대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조용한 갈망에서 비롯되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전부터 “이제는 써보자”라고 속삭이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날의 나는 조금 떨렸고, 조금 설렜고, 조금 두려웠다. ‘잘 쓸 수 있을까?’,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같은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두려움마저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단어씩 적어내려가다 보니 글 속에서 내 감정이 흐르고,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뒤, 내 일상의 결이 달라졌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순간들에서 의미를 더 선명하게 발견하게 되었고, 스스로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힘이 생겼다. ‘이 상황이 나를 힘들게 했구나’, ‘이 작은 순간이 참 좋았구나’ 하고 내 마음을 읽어주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 단순한 기록들이 내 마음의 질서를 다시 세워주었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나에게 조용한 자존감을 선물했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내려놓고 ‘지금의 나’가 진짜로 느끼는 것을 적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어떤 역할도, 기대도 내려놓은 채 가장 자연스러운 ‘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 자유로움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글쓰기를 시작한 선택은 아주 작아 보이지만,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삶의 속도가 빠를수록 마음은 더 천천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글쓰기가 나에게 매일 조용하게 알려주었다. 이 선택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과 생각을 깨워주었고, 내가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마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올해의 감정들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더 오래 방황했을지도 모른다. 페이지 한 장을 채우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사소한 순간을 의미로 다시 엮고, 지나간 일들에게 새로운 설명을 부여하곤 했다. 그렇게 글쓰기는 내게 어떤 상담보다 정확했고, 어떤 만남보다 솔직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더 선명해졌다는 점이다. 느리더라도 내 감정에 충실하려는 태도,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마음, 스스로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의지. 글을 쓰는 행위는 그 모든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이 선택만큼은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글쓰기는 나를 더 나답게 만들었고, 나를 지탱해준 힘이 되었으며, 앞으로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다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느리더라도, 솔직하게, 다시 한 번 펜을 들고 마음을 쓰는 나를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