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말고, 더 나답게
하루의 모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이 오고, 해야 할 일이 있고, 밤이 되면 하루가 끝났다. 겉으로 보면 어제와 오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를 통과하고 난 뒤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예전에는 하루를 살아냈다는 생각보다, 하루를 겨우 견뎠다는 감각이 남았다면, 이제는 같은 하루를 지나왔는데도 마음이 조금 덜 닳아 있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각해보면, 달라진 건 일정도 환경도 아니라 속도였다.
나는 늘 하루를 빠르게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을 미리 끝내야 마음이 놓였고, 쉬는 시간에도 다음 계획을 떠올렸다. 느리게 사는 건 여유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럴 형편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하루를 앞질러 달렸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내일의 걱정을 끌어당겼고, 지금의 피로를 참고 넘기면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사는 게 성실함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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