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나를 지치게 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선택은 시작된다. 알람을 한 번 더 미룰지, 바로 일어날지. 조금 더 누워 있을지,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킬지. 옷장 앞에서는 오늘의 기분보다 오늘의 일정이 먼저 떠오르고, 그에 맞는 옷을 고르기 위해 몇 벌을 꺼냈다 다시 걸어둔다. 커피를 마실지 차를 마실지, 버스를 탈지 걸어갈지. 그렇게 하루는 사소한 결정들 위에서 천천히 굴러간다. 그동안 나는 이런 선택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민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습관처럼 해치우는 일상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소함이 이상하게도 버겁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에 메뉴를 고르다가 괜히 말수가 줄어든 날이 있었다. 먹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라, 또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피곤했다. “아무거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사실은 아무거나가 아니라, 내가 정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선택은 늘 책임을 동반한다. 내가 고른 음식이 맛이 없으면 괜히 내 탓 같고, 내가 정한 일정이 어긋나면 판단이 부족했던 것 같고, 내가 내린 결정 때문에 누군가 불편해지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책임을 쥐고 놓기를 반복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