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가장 깊은 문장
사랑이 스며드는 순간,
몸은 하나의 풍경이 된다.
빛과 그림자가 천천히 번지고,
심장의 미세한 떨림이
고요한 공기 위로 스며든다.
사랑 없는 육체는
물결 없는 호수처럼 고요하다.
그러나 깊이를 갖지 못한다.
사랑이 깃들면
감각의 표면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파문이 일어난다.
그 파문을 따라
감각은 떠오르고,
마침내 한 사람의 품 안에서
몸과 마음은 같은 리듬을 찾는다.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는
말보다 오래 남는 신뢰가 있다.
그 신뢰가 안쪽의 잠든 문을 열고,
그 너머로
겹겹이 포개진 감정의 숨이 흐른다.
그리움은 노을처럼 번지고,
불안은 달빛 아래에서 힘을 잃는다.
부드러움은 새벽의 이슬처럼
조용히 내려앉는다.
사랑이 깃든 밤의 몸은
서로의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하나의 풍경에 가깝다.
손끝이 머무는 자리마다
감정이 채워지고,
입술이 스치는 순간마다
시간은 잠시 숨을 고른다.
서로의 숨결 사이에
작은 우주 하나가 고요히 열리는
정적의 순간.
모든 것이 지나간 뒤,
불이 꺼진 방 안에는
아직도 체온이 남아
느리게 흩어진다.
여운은 하나의 시처럼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그 여운이야말로
사랑이 남기는
가장 깊은 문장.
결국 사랑 속에서는
몸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건네는 일이다.
그 세계를 조용히 받아안아 줄
한 사람이 있을 때,
사랑은 가장 단정한 숨으로
깨어난다.
그 숨은
오래, 조용히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