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위에 새겨진 사랑
어떤 밤,
사랑은 말보다 먼저 몸에 새겨진다.
손끝이 피부에 닿던 순간,
시간의 결이 멈추고
미세한 떨림 속으로 스며든다.
마음이 그리움을 알아채기 전,
몸은 이미
온기와 숨결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존재의 안쪽을 천천히 두드리는
은밀한 울림으로 번진다.
숨결, 시선, 낮은 웃음—
모든 것이 안에서 다시 체온을 얻고
조용히 밀도를 높인다.
곁에 머물던 순간,
더 이상 혼자인 존재로 머물지 않았다.
세계와 세계가 맞닿는 자리에서
숨과 숨이 겹쳐지고,
고요가 스며들어
하나의 깊은 공간이 열린다.
그 안에서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비로소 드러난다.
부재 속에서도
여전히 그 흔적 위에 선다.
손끝에 남은 온도의 잔향,
눈빛의 미묘한 떨림,
마음 가장자리에서 번지는 미소의 그림자—
모든 것이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더 깊은 층위로 확장시킨다.
사랑은 감각을 흔들고
존재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
서로의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힘이다.
겹쳐진 밤들은
안에 고요히 머물러
아직도 숨을 고르고 있으며,
그 흔적은
오늘과 내일을
은밀하게 움직인다.
겹쳐진 시간은 기억이 아니라
존재를 온전히 받아 안은 채
사랑의 밀도를 익혀가는 깊은 결이다.
사랑은 결국
시간을 견디는 일이 아니라,
몸과 마음,
숨결과 사유가 서로를 통과하며
더 깊어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