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

숨결 위에 새겨진 사랑

by 김민희


어떤 밤,

사랑은 말보다 먼저 몸에 새겨진다.


손끝이 피부에 닿던 순간,

시간의 결이 멈추고

미세한 떨림 속으로 스며든다.


마음이 그리움을 알아채기 전,

몸은 이미

온기와 숨결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존재의 안쪽을 천천히 두드리는

은밀한 울림으로 번진다.


숨결, 시선, 낮은 웃음—

모든 것이 안에서 다시 체온을 얻고

조용히 밀도를 높인다.


곁에 머물던 순간,

더 이상 혼자인 존재로 머물지 않았다.


세계와 세계가 맞닿는 자리에서


숨과 숨이 겹쳐지고,

고요가 스며들어

하나의 깊은 공간이 열린다.


그 안에서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비로소 드러난다.


부재 속에서도

여전히 그 흔적 위에 선다.


손끝에 남은 온도의 잔향,

눈빛의 미묘한 떨림,

마음 가장자리에서 번지는 미소의 그림자—


모든 것이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더 깊은 층위로 확장시킨다.


사랑은 감각을 흔들고

존재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

서로의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힘이다.


겹쳐진 밤들은

안에 고요히 머물러

아직도 숨을 고르고 있으며,


그 흔적은

오늘과 내일을

은밀하게 움직인다.


겹쳐진 시간은 기억이 아니라

존재를 온전히 받아 안은 채

사랑의 밀도를 익혀가는 깊은 결이다.


사랑은 결국

시간을 견디는 일이 아니라,


몸과 마음,

숨결과 사유가 서로를 통과하며

더 깊어지는 방식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The Kiss), 1907-1908>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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