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é Monge Fromagerie 몽주 광장의 재래시장 2006
처음 몽주 시장에 가던 날, 집에서 걸어가도 될 거리였건만 길을 헤맬까 걱정이 되어 지하철을 타고 갔다.
우연히 책에서 정보를 찾은 이 시장은 파리 5구 몽주 광장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열린다 했다.
일요일에는 백화점도 마트도 온 동네 상점까지 모두 닫는 파리인데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 도통 의심스러웠던 나는 조금의 헛걸음도 아까워 갈지 말지 고민을 했었다.
(어학원을 가지 않는 일요일만큼은 나도 쉬고 싶었다.)
역시나 도착한 몽주 지하철 역은 시장의 소음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개찰구를 나와 돌계단을 올라갈 때까지도 역사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은 적막 자체였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는 계단의 끝에 다다를 무렵 파란 하늘이 나타났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남은 몇 개의 계단을 뛰어오르자 천막이 가득 늘어선 광장이 보였고 수많은 사람들은 상점마다에 가득 줄 서 있었다.
거짓말 같이 정말 시장이 나타났다.
아직 겨울이 남아 있는 3월 아침, 물건을 파는 상인도 물건을 구입하려 나온 손님도 꽁꽁 언 몸을 덜덜 떨며 치열하게 줄 서 있는 모습이 그림 같았다.
일요일은 모두 쉰다더니 이렇게들 부지런들 할 줄이야 거짓말쟁이들. 파리에게 속은 기분이었다.
나는 입김을 불어 붉게 얼어 버린 손가락을 녹이며 사진을 찍었다. 아직 파리가 익숙하지도 치즈가 익숙하지도 않을 때였기에 모든 게 조심스러워 치즈 가게 주변을 한참 서성거렸다. 수많은 치즈 사이에 나뭇잎에 싸여 있는 주먹만 한 크기의 치즈를 발견하곤 하나에 4유로씩이나 그 치즈를 하나 구입 했다. 이름도 낯선 바농 Banon은 프랑스 남부가 원산지로 크림 같은 말랑한 질감의 치즈를 밤나무 잎으로 감싼 것이었다. 나뭇잎을 벗겨 내면 치즈가 푸른곰팡이로 가득 채워져 있다거나 너무 강한 향으로 먹을 수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지만 바농은 진한 크림이 응집되어 있는 은은한 나뭇잎 향을 가진 부드러운 치즈였다.
2006년 어학원을 다니며 파리에 머문 시간은 고작 3개월이었다. 단지 치즈를 읽기 위해서 프랑스어를 공부했기에 어학원이 끝나면 파리의 치즈가게가 있을 만한 곳들은 모두 찾아다녔다. 비와 바람이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는 파리를 돌아다니는 건 매번 수월하지 않았다. 봄의 시작에 걸쳐 있는 날씨였지만 너무도 추웠고 더구나 내가 머물렀던 5구의 빌라는 나폴레옹 때 지어진 200년이나 된 건물이었다. 그 세월만큼이나 삐그덕 대는 나무 창문 사이로 어마 어마한 바람을 들여보내 방안에서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어야 했다. 치즈만 아니었으면 있고 싶지도 않은 파리였다.
그 몽주 시장을 다시 찾아간 건 그로부터 7년 뒤였다. 익숙한 5구에 숙소를 잡고 무프타 시장을 따라 고작 10여분을 걸으면 도착하는 몽주 광장 Place Monge. 당시 살았던 집에서 이렇게나 가까웠던 곳을 지하철을 타고 움직인 그때의 내가 생각나 헛웃음이 났다. 그리고 플라스 몽주 그곳엔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의 시장이 있었다.
7년 전의 그 상점이었는지 확신을 할 순 없었지만 나는 그 오래전처럼 치즈 가게 주변을 맴돌았다. 분주한 아침이었기에 번거로울까 상점 주인에게 말을 걸 순 없었지만 사실 통역이 가능한 누군가를 붙잡고 설명 싶었다.
나의 치즈 책에 나와 있는 사람이 당신이 맞는지,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불어를 할 수 없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시장의 치즈 가게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지만 결국 한국에서 부러 챙겨간 내 책에 나온 이 시장의 모습을 펼쳐 보여줄 용기는 내지 못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왔고 치즈를 사려는 손님의 줄이 너무 길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찾아간 몽주 시장에 마음만 남겨 두고 왔다.
**플라스 몽주역의 몽주 재래시장 운영 시간
Wednesday
7AM–1:30PM
Friday
7AM–2:30PM
Sunday
7AM–2:30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