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후기에 내 책 소개서를 써 봤다.
출판사의 후기도 구입하신 분들의 후기도 있지만 책을 쓴 사람의 후기가 가장 책스럽지 않을까요.
치즈라는 제목의 책을 과연 읽을까. 돈을 내고 책을 사서 본다면 무엇을 기대할까.
커피, 빵, 와인도 파고들기 시작하면 재미없는 부분이 많을 텐데 그 보다 낯선 치즈는 더 거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저뿐 아니라 많은 출판사들도 했어서 지난 십여 년간 출판을 못 했습니다.
크루 출판사의 편집자는 첫 미팅 때 누군가는 이 분야를 찾아볼 것이라는 확신으로 저에게 연락을 했답니다.
그리고 제가 취재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책에 넣었습니다.
이 책은 유럽 여행 준비에 혹은 관광에 도움 되는 안내서는 아닙니다.
치즈라는 낯선 이름을 통해 사라져 가는 과거의 문화를, 따뜻했던 옛 일 들을 잊히지 않게 기록하고 알리는 내용입니다.
책의 기본 구성은 런던의 치즈 가게와 시골의 치즈 농장으로 나뉩니다.
첫 챕터에서는 런던의 치즈 가게를 두 곳을 소개합니다.
그중 한 곳, 영국 전역의 전통 치즈 농가를 찾아 발굴하는 닐스야드 Nealsyard. 이곳은 알고 보면 런던의 유명 치즈 체인점이 아닌 치즈 농가들이 전통 치즈를 계속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최고의 문화 육성 서포터입니다.
이들은 농가의 치즈들을 매입해 그들이 비싸게 운영하는 런던 중심가의 점포에 치즈를 진열해 작은 농가들을 알리고 돈을 벌 수 있게 해 줍니다.
농가들의 치즈가 해외 아티장 치즈 가게에 팔리며 시골의 농부들이 할 수 없는 마케팅을 해 주고 전통 치즈의 명맥을 이어가게 해 줍니다.
닐스야드의 치즈 관리는 너무도 체계적이어서 런던에서 그 치즈 가게를 찾아가면 스타벅스에서나 만날 수 있는 디자인 앞치마를 입은 직원들이 커피를 쉽게 고를 수 있게 설명하듯 치즈를 설명해 줍니다.
산업혁명으로 마차가 사라지며 남은 마구간을 개조해 치즈 가게를 만들었기에 가게의 천정은 말을 위해서 높고 출입구에는 철창이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챕터의 시골의 치즈 농장들에선
치즈를 만드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워낙 인적도 드문 시골에 치즈 농가들이 있기에 취재하며 숙박할 곳은 대부분은 캠핑장입니다.
농장 주인들은 집에서 함께 하자고 방을 주고 취재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시골의 치즈 농가 주인들은 쉬는 때에도 마당의 흙을 만지고 나무에서 과일을 따고 가진 것이 많은 곳일지라도 물려줄 다음 세대를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온통 그저 치즈가 앞으로도 전통성을 잃지 않고 잘 이어지기를 걱정할 뿐이었습니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농장마다의 치즈 제조 과정의 세세한 서술입니다. 치즈를 크림처럼 깎아서 마무리하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 담그기도 하고, 얇은 면을 덮어 숙성하는 등 제조와 숙성까지 상세하게 담았습니다.
치즈에는 이름표가 달리는데 천을 씌워 숙성하는 영국 치즈의 특성에 따라 바느질로 실에 종이를 꿰어 넣어 이름표를 붙이기도 합니다.
치즈뿐 아니라 버터와 크림도 취재했습니다.
치즈를 만들 때 나오는 유청으로 전통 버터를 만드는데 손으로 치대며 만든 돌돌 말린 버터 사진은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만큼 예쁘고 귀한 모습입니다.
영국의 그 유명한 점심 이후의 문화, 에프터눈 티의 대명사 클로티드 크림을 만드는 곳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콘월이라는 남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만드는 클로티드 크림은 애프터눈 티의 대표 빵. 스콘에 올라가는 크림입니다.
치즈를 통해 영국의 모습을 담아 보이고 싶었기에 자동차로 버스로 비행기로 선박으로 열심히 영국을 찾아다녔습니다.
물론 이 책의 기본은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가 이미 많은 경험을 쌓여 줬기에 가능했습니다.
음식을 통해 유럽을 읽으면 런던 보다는 시골의 작은 마을을, 파리보다는 피레네 산맥 근처의 마을을, 로마 보다는 시칠리아 섬을 바라보게 된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관광이 아닌 여행을 꼭 하시길요. 저의 유럽은 항상 여행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