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인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주 오랜 시간만에
내 이름이 쓰인 책이 그곳에 진열되었다.
1월 1일이라서 간 건 아니었다. 엄마 책이 큰 서점에 진열되어 있다고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었다.
겸사겸사, 연휴 동안 집에만 있었고 아이들이 심심해할 테지만 주말마다 가는 아웃렛도 이젠 좀 의미 없고,
아이들도 좀 자랐으니 교육적인 산책을 하러 경복궁도 보고, 세종대왕이 있는 광장도 보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엔 교보문고도 마침 있었다.
“여보, 광화문 교보에 온라인 재고가 30권이 넘게 있어. 내 책 진열 되었나 봐?! “
어제 아침인지 오늘 아침인지 이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긴 했는데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광화문을 애 둘을 데리고 갈 생각은 전혀 없어 그냥 흘리듯 한 말이었다.
엄마 책이 서점에 있다고 유난도 못 떠는 성격인 데다 남편도 나도 서로가 한 일을 자랑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말이다.
사실 가끔은 자랑하고 싶은 일도 있는데 감정기복의 폭이 얕은 남편에게 자랑해 봤자 민망할 정도의 반응이 전부다.
“음.. 그래”
그렇게 다 같이 세종문화회관 공영주차장에 다둥이 카드
50% 할인을 믿고 주차를 하고 교보문고에 도착했다.
시큰둥 출발했으나 막상 도착하니 조금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서점 입구에서부터 여행 코너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어…! 저기…! 어! 내 책이다. 와! 와아!..
거짓말. 시큰둥은 거짓말이었다.
화사한 노란색 표지의 치즈 cheese 책이 진열된 모습을 발견하곤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내 책이.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이 위풍당당 늠름하게 사람들이 수없이 다니는 곳의 진열대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 혼자 갔었으면 눈물이 터졌을 거다.
나의 치즈 책. 너 거기서 정말 용감한 모습으로 어느 베스트셀러들 못지않게 멋지게 있다니 정말 놀라워!
나는 나로부터 태어난 치즈책이 너무 멋져서 놀랐다.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진열 모습을 찍고 혹여 누군가 내 책을 들춰볼까 기다려 보기도 했는데 잡지 보듯 몇 번 눈길만 주곤 대부분 그냥 지나쳐갔다.
잠깐씩 책을 찬찬히 보는 사람이 있어서 혹시 구입하려 한다거나 그러면 내가 썼다고 말이라도 건네볼까 고민을 했는데 대부분 그냥들 가버렸다.
사인도 해 줄 수 있어요.라고 말 할까? 그럼 이상하게 보려나? 쓴 사람이 있으면 반가워하려나? 오만 고민을 했는데 말이다.
둘째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고
초등 첫째는 흔한 남매 노래를 불러 댈 뿐, 엄마 책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서점에 진열되어 있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목적이었던 흔한 남매과학탐험대 9권을 얻어 내자 입이 귀에 붙게 웃으셨다.
그리곤 내 책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셨다.
엄마는 사실 멋짐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광화문은 즐거웠다.
교보문고도 뭉클했다.
한 해의 시작을 좋은 곳에서 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