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8

첫째날 _ 힐더월드 킬더월드

by 로사 권민희

사랑하는 첫째날아 고마워

오늘의 제목은 힐더월드 vs 킬더월드


지난 주말 2박 3일간 충주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열린 2019 힐링콘텐츠 창작캠프 '힐더월드'에 다녀왔다. 나를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한다는 슬로건 아래 음악, 무용, 명상,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전국에서 400여 명이 모인 행사였다. 주최 측 진행 인원과 일반인 참가자까지 약 1천여 명이 이곳에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명상을 하며 세상에 자유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냈던 행사였다. 지원사업의 특성상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약간의 압박감 아래 빠듯한 일정으로 움직였다. (만약 여유로움을 즐기고자 왔다면 적당히 땡땡이치는 담력이 있어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해두자.)


나는 '경청과 존중' 기억의 책 예비 인터뷰 작가 워크숍에 참여했다. (순수 참가자보다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서술하게 되는 습관을 읽는 이들에게 양해 바란다.) 이 워크숍을 이끈 박범준 편집장이 내세운 주제는 제주에서 자리한 사회적기업인 도서출판 꿈틀의 사업 모델 중 한 가지인 '기억의 책(부모님 자서전 제작)'사업을 진행할 인터뷰 작가를 육성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곳에는 '자신을 찾고자' '글쓰기가 좋아서' '캠프에 참가하고 싶어서' 등등 창작자의 수위가 다양했다. 이 방향을 어떻게 잘 모으고 노를 저을 것인가? 역시 참가자보다는 지켜보는 입장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에고를 킬해야만 힐이 되겠구나. 킬더월드가 될 것인가 힐더월드가 될 것인가? 첫째 날 오후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주제를 받으면서 나는 창작자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2박 3일간을 마치고 나니 다시 고개를 드는 킬더월드의 세계. 인터뷰 작가를 발굴하는 것은 전체 참가자(약 50여 명)중 5% 내외되어 보이는 확률이 예측되었다. 서너 시간 인터뷰하고 녹취 푸는데 서너 배의 시간을 쓰고 심층적으로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일이지만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이 가진 시간과 노력의 한정 속에서 조인해서 할 수 있을지는 훈련과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물론 내 관점이다). 그래도 해당 서비스를 홍보하고 이해도가 높은 인플루언서를 확보하는데는 꽤 괜찮은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쪽에서 제공하는 결과물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의 자서전을 100페이지 내외 문고판 소책자로 만들어주는 것인데 그 글 조차 2박 3일 내에 작업하기는 어려운 분량이었다. 그래서 마감일은 3월 26일 자까지. 숙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나는 최대한 블로그 글을 활용하여 그들의 제안한 툴에 글을 얹었으나 결과물이 나오면 약간은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오늘부터 아빠와 자서전 만들기용 카톡을 시작했다. 내 자서전을 만드는 것보다 아빠의 자서전을 만들어드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본 것으로 '힐더월드'쪽으로 좀 방향이 잡힌 것인가? ㅎㅎㅎ


개인적인 소회로는 이곳에서 만난 이들과의 네트워킹이 거의 금광 수준이었는데,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최상의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는 힐링컨텐트로 시작하여 다수의 책과 공간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꿈을 현실로 만든 '고도원'이라는 존재를 2박 3일간 가까이 보고 듣고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 분 주변의 팔로워십을 구현하는 아침지기들과 힐링디자이너(힐디)라는 정체성으로 참가한 다양한 분야의 현직 아티스트 들, 그리고 전국에서 모인 창작자(고도원의 아침편지 독자들이 다수이거나 기존 힐디들과 연결된 이들이어서 신뢰도 및 충성도가 높았다.)들과의 에너지는 마지막날 결과물 발표하는 공연에서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힐디로 참여한 가수 인순이씨의 공연 이후 일반인 참가자들이 썰물처러 빠져나갔지만, 창작자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자리를 거의 대부분 지켰다. 와우.


이번 2박 3일을 보내고 나는 내 말과 행동이 '킬더월드'인지 '힐더월드'인지 좀 살펴보게 되었다. 앞으로 주제들이 지난 주말 보낸 '힐더월드'를 출발점으로 다양하게 나올 것 같다. 월요일, 생계를 위해 우체국에 다녀오고, 전화통화를 하고, 서대문구 일자리경제 과장님을 만나고, 제안서를 보내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스스로 만들고 지켜가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까 사뭇 고민하는 오후,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쓴다. 힐더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