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읽는 시 1
마음이 어려울 때
고기를 사주고
이 시를 필사한 종이에
돈을 한뭉텅이 싸서 건네준 친구가 있다.
그 종이와 다른 종이에는
여러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집에서 그 이름 한명한명 읽어보고는 펑펑 울었다.
쪼그러들었던 마음이 팽팽해져서
이 친구들한테 갚으려면 잘 살아야지 싶더라.
코로나로 인해 잘 사는 게 뭔지
갸우뚱 하는 요즘,
시필사 시작하면서 이 시를 적어보고ㅠ싶었는데
마음이 울컥해서 글자가 엉망이다 ㅠㅠ.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서 고맙다.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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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