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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Aug 12. 2022

제주에서 보내는 편지 2

뉴스레터 CRM 프로젝트

일요일은 여러 감정이 찾아옵니다. 내일 출근에 대한 압박감, 지난 한 주에 대한 피로,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그럴 때는 아침에 몸을 움직여 음식을 만듭니다. 아침은 샐러드죠. 한 잎, 한 잎 여린 잎들과 교감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가지런하게 정돈이 돼요. 색깔도 모양도 질감도 맛도 향도 제각각인 잎채소들은 자라온 속도도 사정도 모두 다릅니다. 다가올 시간도 그러하겠지요. 안녕하세요, 0000 뉴스레터지기 아카샤입니다.


제주는 고유한 식문화로도 이야깃거리가 다양하지요. 음식은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제주민속오일장의 할망장터부터 최근 핫한 동문시장, 올바른농부장, 제주한살림, 베지근연구소, 입말음식 등 제주 고유의 브랜드들이 새로운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잠시 머무르다 가는 여행객도 있지만 한 달부터 일 년까지 조금은 길게 제주살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식문화 커뮤니티와의 연결은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요일 오전은 제주한살림 담을매장 주말장터에서 사 온 우영팟 채소들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사 올 때는 한 줌이었는데 간밤에 물에 넣어두니 생기를 찾았죠. 잎의 질감도 냄새도 맛도 각각 개성이 넘쳐 아침부터 즐거움이 빚어졌어요. 선흘리에서 사 온 비자 기름과 한살림 볶은소금, 고수 씨앗을 약간 넣어 드레싱을 해서 먹었습니다. 이것이 ‘살맛’이 아닌가 싶네요.


잎채소 다루는 법은 정읍 할머니에게 배웠어요. “여름엔 채소를 거두면 금세 숨이 죽으니 물 묻히지 말고 신문지에 싸 두었다가 먹을 만큼 간밤에 물에 담가 두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여름에는 잎채소를 거두면 금방 숨이 죽어 버릴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럴 때 자기 전에 채소를 물에 넣어두고 자면, 아침이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샐러드 만들 때 천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손으로 뜯으면 식감이 더 좋다는 것은 요리책을 만들던 에디터 시절에 머릿속에 저장해둔 내용이죠. 살아온 시간들이 음식에 깃듭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에는 특별한 북에세이가 준비되었습니다. 하미현 작가님의 <입말음식_제주우영팟>에서 발췌한 제주의 여름음식 레시피를 준비했어요. 이밖에도 제주의 일상과 여행,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여러 스토리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맛보아 주세요.


*우영팟 : ‘텃밭’의 제주 입말. 집 주위에 있는 작은 텃밭으로, 도루겡이라고도 한다.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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