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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Aug 12. 2022

제주에서 보내는 편지 1

뉴스레터 CRM 프로젝트

열대야에 잘 잤는지 안부를 묻게 되는 금요일입니다. 안녕하세요! 0000 뉴스레터지기 아카샤입니다. 이번 주말이면 한 주간 연장 운영되던 ‘반딧불이 체험행사’가 제주에서 모두 마감됩니다. 1년에 한 달 남짓, 예약링크가 열리기 무섭게 매진되는 로컬 투어 아이템이죠.


저는 지난 6월 중순 어느 날 동료들과 산양큰엉곶으로 반딧불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곶자왈* 초입에서 만난 안내자들의 평화로운 목소리가 ‘이곳에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본래 부드럽고 겸허했을 거라는 것을요.


40여 분간 검은 숲길을 스마트폰도 끄고 걸었습니다. 함께 걷는 발자국 소리는 어느새 낮아지고 맞춰졌어요. 숨소리도 차분해졌죠. 마음 안의 거친 것들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별처럼 반짝반짝 반딧불이들이 나타났어요. 어딘가에서는 반딧불이 한 마리와 한참을 함께 걸었습니다.


일상의 관계에서 보풀처럼 일어났던 마음은 차차 순해지고 따뜻하게 어우러져, 잊었던 친구도 생각나고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했어요. 무엇보다 숲속 내음이 정갈하고 향그러워 몸과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마음의 속상함, 불편함, 어려움이 있을 때 그저 숲길을 걸어보길 권합니다. 반딧불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다른 곳에 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맞아주고 배웅하는 모든 과정도 좋았습니다. 일 년 중 아주 짧은 기간, 정성껏 예약을 해서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내년 6월에는 지상에서 반짝이는 별, 반딧불이를 만나러 제주에 오세요.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입니다. 건강하고 편안한 여정이 되시길 바라며 이번 주에도 0000가 정성껏 준비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곶자왈 :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로 된 제주어.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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