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의 재료
사실상 요즘 지어지는 건축물은 재료의 제약이 없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재료의 값과 운반비의 문제가 아니라면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재료도 가져다가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재료가 다양해지고 한계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 지역의 고유한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에 있는 재료로 지어질 수밖에 없는 건축과 재료의 한계가 없는 건축에서는 많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니까요.
이렇게 재료의 한계가 없기 전에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지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돌로 기단과 초석을 만들었고, 나무를 가지고 구조를 세웠으며 흙으로 벽체를 채웠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지역의 어떤 집을 봐도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지붕에 와서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합니다. 흙(기와), 볏짚, 나무, 돌 등으로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다양하게 사용되었던 지붕의 재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은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밑에서부터 초석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으며, 기둥 사이사이에는 벽체와 창호를 채워 넣습니다. 여기까지가 건물 입면의 반을 차지하고, 그 절반에서 위까지는 지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무와 벽체는 어느 건물이라도 비슷하기 때문에 지붕의 차이가 입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건물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지붕의 재료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기와지붕, 초가지붕, 너와지붕, 굴피지붕, 억새지붕 등.
기와지붕은 지붕의 마감을 기와라는 재료를 사용한 지붕을 말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대부분의 문화유산이 기와지붕이기 때문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었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사실은 꽤 고급의 재료입니다. 지금은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예전에는 흙을 채취하여 하나씩 모양을 만들고 높은 온도에 구워서 사용하였습니다. 소량이면 별게 아닐지 모르겠지만, 웬만한 건물 한 채의 지붕을 덮기 위해서는 수천 장의 기와가 사용됩니다. 따라서 재료의 양도 상당하고, 그것을 만드는 인건비도 상당하며, 굽기 위한 가마와 장작의 양도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당시에는 궁궐건축과 종교건축, 관아건축, 그리고 재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선택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고급건축이 소멸되지 않고 남아있을 여지가 높다 보니, 지금까지 주로 남아있는 건축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우리가 보는 건축의 대부분이 기와를 사용한 기와지붕일 수밖에 없습니다.
초가지붕은 지붕의 마감을 볏짚, 억새, 갈대 등을 엮어서 만든 이엉으로 덮은 집을 말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한 재료는 역시나 볏짚을 이용해서 만든 초가지붕 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남은 볏짚을 구하기가 가장 쉬웠을 겁니다. 이 볏짚을 이용해서 이엉을 엮고, 그 이엉을 지붕 위에 덮은 게 초가지붕입니다. 초가지붕은 볏짚으로만 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지역에 따라서는 억새와 갈대로도 초가를 이었습니다. 초가지붕은 재료를 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명적인 단점도 존재하는데 바로 유지력입니다. 아무래도 얇은 볏짚을 엮어서 사용하다 보니 우수 및 습기로 인해 쉽게 썩어버리고 바람이 세게 불면 다 뒤집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초가이엉은 대개 1년에 한 번씩 다시 잇습니다. 기존에 썩은 부분을 제거하고 다시 덮는 것입니다. 지붕을 1년에 한 번씩 다시 손보는 건 매우 번거로운 일이라, 근대화가 시작되고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바로 초가를 벗겨내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대부분 바뀌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초가집이 얼마 안 남게 됩니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전통건축의 지붕은 대부분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일 것입니다. 기와지붕은 흙을 채취해 기와를 만들어 사용하였고, 초가지붕은 논에서 수확한 뒤 나오는 볏짚이나 억새, 갈대 등으로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즉 얻기에 아주 용이한 재료들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조차 구하기 힘든 곳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산속입니다. 그래서 산속에 지은 집들은 흙과 볏짚이 아닌, 그 주변에 있는 재료로 지붕을 만드는데 그 재료는 나무와 돌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무와 돌로 만든 지붕을 너와지붕과 굴피지붕이라고 합니다.
너와지붕은 너새지붕이라고도 하며 나무나 돌을 기와처럼 만들어서 사용한 집을 말합니다. 나무로 만든 너와는 소나무나 전나무 등 원목을 도끼로 쪼개고 자귀 등으로 다듬어서 적정 규격으로 만들어서 사용하였으며, 지붕 끝에서 여러 겹으로 겹쳐 포개어 놓아 지붕을 만듭니다. 너와 자체가 무게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중간중간 돌을 놓거나 두껍고 긴 나무를 올려놓아 눌러줘서 유지됩니다. 너와지붕은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극히 드물며 산간 지붕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너와지붕은 나무뿐만 아니라 돌을 이용한 집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돌너와집, 또는 청석집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점판암이 주를 이루며, 석재를 얇게 떠서 사용합니다. 이런 재질의 돌은 산지가 정해져 있으므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지역에 한정되어 나타납니다.
굴피지붕은 너와지붕과 마찬가지로 기와와 볏짚 수급이 용이하지 않은 산간지방에서 사용된 지붕입니다. 너와지붕이 나무를 얇고 넓은 판재로 만들어 사용했다면 굴피는 나무의 껍질을 이용해 지붕 재료로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굴피재료는 참나무과의 나무껍질로 하며, 굴피의 채취 시기는 여름철 수액 유동이 왕성한 시기(7~8월)에 합니다. 굴피는 채취 후 서늘한 곳에서 충분히 건조한 후 적정한 크기로 잘라서 사용합니다. 굴피는 처마 끝에서부터 겹쳐서 시공하며, 너와와 마찬가지로 무게가 무겁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굵기가 있는 나무로 지붕을 눌러줍니다. 너와지붕과 마찬가지로 현재 남아있는 집이 극히 드뭅니다.
우리가 전통건축인 한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기와지붕을 올린 번듯한 건물을 떠올리게 되지만, 기와로 지붕을 이은 건축은 재료의 수급이 쉽지 않은 고급건축이었습니다.
일반 서민들은 주변에 있는 재료로 지붕을 이을수밖에 없었는데, 주요 재료는 볏짚을 이용한 초가지붕이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갈대 및 억새를 이용하여 초가지붕을 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산간지역은 나무, 나무껍질 등으로 지붕을 이었으며, 지역에서만 나는 재료를 가지고 지붕을 잇기도 했습니다. 지금 남아있지 않은 건물 중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지붕을 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기와지붕을 제외하면 초가지붕도 몇 채 되지 않으며, 너와지붕이나 굴피지붕은 산 깊은 곳에 아주 극소수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지붕 재료로 채용되기 어려운 것들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다양한 재료로 지붕을 이었다는 것. 몇 채만 남아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누군가는 이러한 건물을 후대에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글 쓰는데 도움받은 문헌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수리표준시방서』, 2024.
국가유산청, https://www.heritag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