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이야기. 24

석재

by Atticus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우리가 자주 쓰는 속담 중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다양하게 쓰이는데 무리 중에 유별난 사람이 있을 때도 쓰이고, 성격이 아주 강직한 사람을 말하는데도 쓰이며, 어떤 일에 대단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을 때도 쓰입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별스러운 사람을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독려하는 사회로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난 돌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이고, 이 모난 돌은 왜 정을 맞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실제로 모난 돌이 정을 맞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주요 재료는 나무와 돌입니다. 나무는 집을 지을 때 구조의 대부분을 이루며, 돌은 집을 지을 때 초석과 기단으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집을 짓는 일을 제외하면 석축과 성벽을 쌓기도 하고, 탑을 만들기도 하며, 불상을 조각하기도 하고, 비석을 세우기도 합니다. 나무에 비해 내구성이 좋고, 불과 물에 강하기 때문에 오래된 문화유산은 대부분 돌로 만든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건물은 흔적이 없이 사라져도 기단과 석축이 남아 있고, 탑은 삼국시대에 만든 것들이 남아 있으며, 불상 및 비석도 아주 오랜 기간을 그 자리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전통건축을 포함한 문화유산에서 돌은 너무나도 중요한 자재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돌을 다루는데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돌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 상태 그대로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자연 상태의 돌을 가공해서 사용하느냐. 그래서 초석, 기단 및 석축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도 자연석과 가공석으로 구분합니다. 자연석 초석과 가공석 초석, 자연석 기단과 가공석 기단, 자연석 석축과 가공석 석축.


하지만 자연석이라고 이름이 붙었더라도, 대부분 손을 조금씩 보면서 사용했을 겁니다. 특히 기단 및 석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여러 돌을 쌓아서 만들어야 하는데, 자연에서 캐온 상태의 돌을 그대로 사용하려면 그 모양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아주 최소한의 가공을 해서 쌓으면 대체적으로 자연석 기단 및 석축이라고 합니다.


IMG_4400.JPG 자연석 기단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연석이 아닌 석공이 돌을 다듬어서 사용하는 가공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사진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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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나갈 일이 있어 찍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입니다. 광화문 밑을 받치고 있는 석축은 육축이라고 하는데, 성문이나 문루에 쌓은 석축을 지칭합니다. 이 육축은 좌우로 긴 장대석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장대석이 인력으로 가공한 가공석입니다. 즉, 자연에서 캐온 돌을 저렇게 네모반듯하게 만들기를 사람이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잘 다듬어진 장대석이 되기까지는 많은 공정이 필요합니다.


석재 가공 과정 (*출처 : 국가문화유산연구원, 석조문화재 수리기술 연구 석탑, 2019)


위 사진이 가공석을 만드는 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사진입니다. 우선 채석장에서 돌을 떠냅니다.(1) 떠낸 돌을 보고 어디에 쓸 돌인지 선정을 합니다.(2) 선정을 하게 되면 그 쓰임에 맞게 대략적인 크기가 나오게 되는데 그 크기에 맞춰서 돌을 잘라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할석(3)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저렇게 잘라낼 자리에 맞게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뒤 쐐기('야'라고도 부름)를 박아 넣습니다. 그리고 돌로 된 망치로 처음부터 끝까지 규칙적으로 때리다 보면 어느새인가 돌이 쩍 하고 갈라집니다. 돌의 성질과 쪼개지는 방향 등을 고려해야 하며, 아무 곳이나 할석을 하면 정확하게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쪼갠 돌을 더 정밀하게 다듬기 위해 먹선을 긋고(4) 먹선에 맞추어 혹두기라는 망치로 다듬습니다.(5) 마지막으로 면을 일정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하는 작업을 정다듬 가공(6)이라고 하며 이때 "정"이라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고 더욱더 다듬으려면 도드락다듬, 잔다듬 등을 거쳐 마무리를 하면 위의 광화문 육축의 장대석과 같은 가공석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돌의 표면이 평평하고 일정하게 나오게 하려면 정다듬이라는 가공을 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힌 돌을 석공이 무심히 쳐다봅니다. 그리고 돌의 표면이 튀어나온 곳(모난 곳)이 있으면 "정"이라는 도구를 대고 망치로 쳐 버립니다. 그러면 튀어나온 곳은 없어지고 돌이 평평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정다듬이라고 합니다.


그림3.jpg 굵은 못처럼 생긴 것이 "정"이라는 도구입니다.



2024-12-12-005.JPG 정으로 모난 곳을 때리는 중. 자연석도 적당한 가공이 필요하다.



이렇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적절한 속담이라고 생각되네요. 여전히 돌을 가공할 때는 모난 돌이 정을 맞지만, 모난 사람은 더 이상 정을 맞지 않는 사회가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에는 공장에서 돌을 만듭니다. 기계가 돌을 자르고, 기계가 면을 다듬습니다. 아주 반듯하고 평평한 돌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기계로 다듬은 돌과, 사람이 다듬은 돌은 멀리서 보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분명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사람이 다듬은 돌은 가공을 하였지만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데 기계로 다듬은 돌은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납니다.


돌을 다듬는 일은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 무거운 돌을 이리저리 굴려야 하며, 단단한 돌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혹두기와 정을 수없이 내려쳐야 합니다. 석재의 가루인 석분도 많이 날리고 다치는 일도 많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돌을 다듬는 석공은 젊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언젠간 지금 석공으로 계신 분들이 나이가 드셔서 일을 하실 수 없을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나 숭례문을 지나가실 일이 있으면 그 문을 세우기 위한 석축인 육축도 한 번씩 봐주시고 가까이 계시면 한 번씩 자세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예전에 남아 있는 돌은 정말 순수 인력으로 다듬은 돌이니 굉장히 공력이 들어간 돌이거든요. 저도 이번에 광화문에 가서 돌을 꽤 오랫동안 쳐다보고 왔습니다.






*글 쓰는데 도움받은 책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석조문화재 수리기술 연구 석탑』,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