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을 배우며 깨닫는 것들
코칭 수업을 듣던 날이었다. 대화의 힘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야기가 잘 흐를 수 있는 '열린 질문'과 코치의 가치 및 판단이 배제된 '중립적 질문'을 여러 차례 실습해 본 터였다. 이것 참, 꽤나 어려웠다.
나는 경험에 의해 판단한 후 내 답을 전달하는데 익숙했다. 한 번 쓱 보고 가치 판단을 해버리는 고약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겸연쩍게 웃으면서 긁적거리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저질렀던 '닫힌 대화'와 '비난하는 대화'의 만행들이 떠올랐다.
나 자신을 합리적이고 열린 사람이라고 믿었던 것에 대비해 나의 어떤 대화들은 꽤 닫혀있었다. 스스로 정의해서 지적했고, 단언했으며, 비난했다.
#10년 전쯤
나: "같이 일하면서 잘못된 게 있으면 그때그때 말할게. 내가 이런 스타일이니, 그리 맘엔 두진 말고"
후배: "... 근데 전 맘에 담아 두는 스타일인데요.."
그때는 지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잘못을 알지 못했고, 후배에게 네가 이렇게 되바라졌었다며 몇 년간 껄껄 대곤 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이 대화가 생각난 건, 이미 나만의 기준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정의'하고 '설교'하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땐 분명 이런 지적질의 맞았었는데.. ㅋㅋㅋ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5년 전쯤
후배: "팀장님 왜 자꾸 클라이언트 있는 메신저에서 저희를 '공개 처형' 하시는 거죠?"
나: "우리 여태 이렇게 공유하면서 일하고 있었잖아. 이건 공개 처형이 아니야, '공개 설명'이지."
후배: "그게 아니라니까요."
나: "나도 아니라니까."
이땐 후배들이 왜 이렇게 예민한 걸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니라는데 왜 자꾸 이러지 싶었고, 아니니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 공개 처형이라 표현했는지, 그렇게 표현할 때 후배들의 마음이 어땠는지, 어떤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열린 질문 또는 중립적 질문을 할 줄 몰랐다.
#4년 전쯤
나: "오늘 처음 만나보니까, 이 분 좀 아닌 것 같아. 이상한 사람이야. 어떻게 생각해?"
후배: "한 번 만났는데 어떻게 알아요.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나: "아니, 맞다니까. 어디 나중에 한 번 보자."
이쯤 일했으면 사람 보는 눈쯤은 생긴다고 자부하기까지 했더랬다. 내 판단 외에 다른 여지는 남겨두지 않았다. 단언하는 나를 향해 어떤 대화가 이어질 수 있었을까. 그때의 나는 알지도, 믿지도 못했다. 우리는 모두가 다른 성향과 특징을 지닌 고유한 사람이며, 누구나 어떤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이 닫히면 말도 따라간다.
#2년 전쯤
나: "이 분은 대체.. 하아.. 다른 분들이 다 기다리는데.. 왜 이런 외부 미팅 자리에 늦는 걸까요?"
동료: "그분도 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긴 해요. 본인도 알고 있어요."
나: "이렇게까지 시간 약속을 못 지키는 거면, 유치원에 다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앵그리 버드 시절,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가치 판단과 평가를 넘어서는 비난은 대체 누가 허했단 말인가. 지금도 나의 실패와 그 요인을 생각해 보면 가시 돋친 말들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대화가 흐르기는커녕 마음의 문단속을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는 말이지 않은가.
대화는 힘이 세다. 힘이 있어 여운이 남는 대화를 좋아한다. 무언가를 남기는 대화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겸손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마음을 열고, 서로의 잠재된 가능성을 믿으면서 열려있어야 한다. 특히 직장, 같이 일하는 사이라면 더욱더.
열린 대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뿐.
그래서 코칭을 배워보길 잘했다. 배우고 연습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니까,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