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AI, 글쓰기, 저작권>을 읽고
'20년간 매일 쓰는 작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그리고 '저작권 분야 변호사'라는 다양한 모자를 쓰고 있는 분, 정지우 작가의 책이다.
작가님은 특히 SNS에서도 활발하게 글을 쓴다. 소셜 채널을 통해 작가님의 글을 볼 때마다 좋았던 건 그만의 따뜻한 관점이었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그의 문장 안에는 언제나 작가님만의 경험과 관점이 녹아 있었다. 그 글들은 이상하리만큼 일정한 온도로 마음에 와닿았다.
<AI, 글쓰기, 저작권>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AI 시대의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핵심인데, 내게 와닿은 키워드는 '경험'과 '관점'이었다. AI가 '글을 꾸며 내는 일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글이 되어버린 지금' 좋은 글은 기술적으로 완성된 잘 쓴 글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통과한 글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잘 쓸까?'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그 삶을 어떻게 써낼 것인가"다. AI시대이기에 '좋은 삶'을 살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글이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의 경험, 인식과 감정의 틀을 통과한 문장이 의미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마침 오늘 읽은 다른 책들의 포인트들도 떠올랐다. <기억한다는 착각>에서는 우리가 '기억'이라고 믿는 것이 사실은 나의 관점에 의해 재구성되고 지속적으로 편집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AI는 평균적이고 통계적으로 얘기할 수는 있으나,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세상을 해석한다. 그 차이가 사람들이 직접 쓰는 글쓰기의 본질일 수 있다.
정지우 작가의 말처럼, 경험의 디테일과 서사가 더 개인적일수록, 진솔된 이야기일수록, 실제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그 글의 힘은 커진다. 인간의 힘은, 오히려 주관적이고, 때로는 너무 개인적이며, 그 안에서의 관계와 감정의 통찰일 수도 있다.
좋은 글은 멋진 문장이 아니라, 깊이 살아낸 문장이다.
나만의 삶의 언어, 이걸 찾는 글쓰기를 해 봐야겠다.
AI 시대의 가장 첫 번째 화두는 바로 ‘나는 왜 가치 있는가’이다.
AI가 인간의 모든 걸 대체하더라도, 대체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삶이다.
삶의 본질적인 가치는 바로 이 대체 불가능성에 담겨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의 대체 불가능한 순간들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다.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세상과 인간과 삶을 바라보면 ‘글을 쓰려면’ 반드시 자기만의 안목이 필요하다. 이 안목은 글쓰기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AI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글을 제대로 읽고 쓰며 글에 대한 안목과 편집능력, 큐레이션과 심사능력, 책임질 수 있는 최종 판단력을 갖춘 사람들은 더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믿는 건 타인의 삶이다. 한 인간의 삶이고, 그 삶이 녹여내고 추출해 낸 안목이다.
앞으로 글쓰기에서 ‘나’를 다루는 영역이 무척 중요해지리라 생각한다.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글쓰기가 하나 있다. 바로 내 ‘내면의 이야기’를 쓰는 일이다.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글은 그 희소성과 대체 불가능성 때문에 점점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글을 ‘꾸며내는 일’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글이 되어버린 지금, 좋은 삶을 사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한 작가의 삶의 여정을 바라보고, 사랑하고, 믿는 일이 ‘쓰기와 읽기’의 여정 그 자체가 된다.
작가의 경쟁자는 AI가 아니라 거짓된 삶, 거짓된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