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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Oct 11. 2021

8명에게 물었다, 면접의 순간

PR 하는 사람들, 이직의 순간과 면접의 기억들 

**이 글은 2022년 9월 업데이트했습니다** 

인생에 수많은 순간들, 그중에서도 커리어 측면에서는 면접의 시간만큼 결정적인 기억이 있을까. 

짧지만 강렬한 어떤 대화, 누군가의 삶에서 최소한 2-3년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만한 힘이 있는 대화, 그 마법 같은 시간이 끝난 후, 사람들은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PR 일을 하는 8명에게, 그 기억을 물어봤다. 

이직의 그 순간, 면접의 기억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상호 교감이 오간 그 짧은 인터뷰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그 시간을  한 줄로 하면 어떤 평을 할지를. 


8인의 얘기를 듣다 보니, 면접에서도 확실한 기업의 컬러가 드러난다. 치열하고 열정적이고 공격적인 기업, 따뜻하게 보듬는 기업, 구체적이고 이성적인 회사, 편하게 얘기하고 경청하는 회사 등. 당연하지만 기업 문화가 곧 면접관의 태도이자 아우라였던 듯 싶고, 개성 있는 기업 문화를 가진 회사들도 꽤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러니 요즘 기업 PR의 중요한 한 축이 기업 문화라고 하기도 하나보다. 


☼ 참고로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PR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연차는 3년 차~13년 차 그 중간 어디쯤 있는 사람들이며, 아래 면접을 본 기업에 모두 입사했다. 




1. 글로벌 테크 기업 "어린놈이 재수 없고 건방지네, 그런데 가고 싶네?"

외국계 기업 커뮤니케이션팀 면접을 본 A. 경력직 면접은 이런 것이구나 싶게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왔다는 그녀는 면접 후 이상하게 상반되는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시종일관 까다롭고 까칠하게 질문을 해대던 면접관 때문에 당황스럽고 어지럽기까지 했지만, 그 질문과 요구되는 답변의 레벨만큼이나 이 회사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의 강도가 더해졌다고 했다.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해야 하는 수많은 질문과 답변이 모두 영어로 쏟아졌기에, 면접이 끝난 후에는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려 달달하고 시원한 식혜 한 잔을 사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는 이때 풀리는 다리를 붙들고 마셨다고 덧붙여 달라고 했다.)  


[A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디지털 경험이 있는지?

이슈를 핸들링한 경험이 있는지? 

내일 당장 입사가 결정된다면, A제품을 위해서 어떤 기획을 해 보고 싶은지? 예산은 오픈해서 생각해라. 

A제품이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을 타기팅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일하다가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이런 상황을 잘 견디는 편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랑 잘 지낼 수 있는지? 문화도 시차도 다른데 급한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핸들링할지? 




2. 금융 스타트업 "구체적인 시나리오 면접에 압도, 나도 내가 이직할 줄 몰랐다"

이직에 대한 어떤 낌새도 전혀 없었던 B. 갑작스럽게 이직을 했다. B는 모든 것을 쉽게 단순화해서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기에 어디에서든 제 몫 이상을 해 낼 수 있는 사람. 글로벌 IT 회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B가 택한 곳이 스타트업이라서 의외이긴 했다. 


B는 PR 에이전시에서 글로벌 기업을 오랫동안 담당한 경험이 있어, 외국계 회사에 대한 로망은 어느 정도 사라졌고, 이직을 한다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이라면 괜찮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본 1차 면접, 면접관의 인상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본인도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인하우스 PR의 어떤 부분이 좋고 어려웠는지, 현재 면접 보는 회사는 어떠한지 자세하게 솔직하게 얘기해줬다고 했다. 너무 편하게 얘기하고 와서, 면접 본 이 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단다. 2주 후 2차 면접, 블라인드 검색, 폭풍 구글링, 책 구입 등등 열심히 준비한 후 그녀는 목표한 회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난 후, B는 사실 고인물이 되고 싶지 않아서 모험을 자처했다고 했다. 이직은 워라벨, 연봉, 비전, 도전 등을 위해서 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now and never라는 생각으로 후다 다다닥 처리했다고. 


[B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xx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미디어에서 내부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을 문제 삼아 기사를 쓰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3. 종합광고대행사 "나도 할 수 있다니까! 를 외친 무난한 질문들"

C는 탈'홍보'를 하고 싶어 했다. 당시 미디어 이슈로 한참 도배되었던 어카운트 업무도 질려 있었을 수도 있고, PR은 어느 정도 해 봤으니, 이제 조금 더 넓은 브랜드/마케팅 파트에서 일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몇 곳의 면접이 동시에 이어졌고, 그중에 C가 선택한 곳은 종합광고대행사였다. 


면접 전체를 놓고 보면, C회사가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했다. 어떤 조직과 구조로 일하는지, 한 개의 프로젝트에 많게는 30-40명이 되는 스텝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함께 업무를 진행하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했다. PR에서 마케팅으로 옮기는 만큼 언론 중심의 퍼블리시티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내용과 KPI에 대해 어필했고, 완벽한 팀워크가 만들어내는 업무적 성과와 성취감을 경험해 봤기에 함께 하는 업무를 조율하고 진행하기에 적임자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고 무난한 면접이라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솔직하게 성실함과 책임감 하나는 자신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진정성이 서로에게 잘 통했다고 평했다. 


[C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몇십억 단위의 예산을 굴려 본 경험이 있는지?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운영 경험이 없어 보이는데,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4. 엔터테인먼트 회사  "두근두근, 여기 일하고 싶다"

인턴 꼬꼬마부터 과장으로 진급할 때까지 그녀와 함께 했는데, 단 한순간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선배들에게 늘 깍듯했고, 배우고 싶어 했고, 사람들의 관계를 잘 다지는 그녀가 세 번째, 아니 네 번째 이직을 택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지원한 D는 1시간을 꽉 채운 실무 면접을 봤다고 했다. 3분할의 화면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공을 받아내고 다시 공을 쳐내가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크게 두 가지에 집중했다고 했다.'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임에도 내가 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자', '내가 이 회사에 합류하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동료가 될 수 있을지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해보자'.


면접관들은 질문을 던지는 것뿐 만 아니라 회사 특유의 상황, 일하는 분위기에 대한 설명도 해줘서 회사와 직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됐고 했다. 드디어 끝이 나고, 이내 두근두근, 일하고 싶은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D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전문가로서 우리 회사 PR/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평가해달라

최근 XX 사례가 있는데 회사의 comm. 방식이나 대응이 어떠했다고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경험한 위기 대응 사례 중 어떤 케이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어려웠는지

일하는 방식 어떤지, 조직 내에서 갈등을 경험했던 상황을 사례 들어서 이야기해달라 

5년 후, 10년 후 커리어 목표는?


5. 게임 회사  "컨설팅 수준의 면접, 욕심이 많구나, 여기"

함께 일한 후배였고, 나중에 팀원으로 함께 한 E는 모두가 이직을 예상한 시기에 자리를 옮겼다. 마침 타이밍이 딱 들어맞아 서로가 서로를 알아봐 준 회사는, E가 원했던 분야인 게임 회사였다.  


E는 이 회사 면접을 보면서, '앞으로의 욕망이 더 큰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면접은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컨설팅 수준으로 방대하고 동시에 구체적이었다고 했다. 더 큰 욕심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하는 다양한 활동들, 이슈 대응, 미디어 행사 운영 등에 갈증이 있는 듯했다고. 


E는 그 과정에 본인이 쌓은 경험과 역량을 인터뷰 시간 내내 보여줄 수 있어 나름 긴장되면서도 뿌듯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면접관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그만큼 경청하는 분위기 었다고 하니까. 입사하고 나니, 기업문화 자체가 이렇게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역시 면접에서부터 기업문화가 묻어 나올 수밖에 없지.  


[E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우리 회사 PR은 뭐가 중요한 것 같은지?

상반기 신작과 성과에 따른 홍보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위기 상황 속 효과적으로 대응했던 pr경험이 있는지?

미디어 협찬 예산을 직접 관리해 본 경험은?

기자 미팅/술자리를 자주 하는 편인지?


6. 게임 회사 "꽤나 압박 면접, 그렇지만 스타트업을 떠나 규모가 있는 곳을" 

같은 회사에 몇 년을 겹쳐 일했고, 바로 옆옆팀이었음에도 나는 그녀와 말할 기회가 있진 않았었다. 오히려 연이 닿았던 건 둘 다 회사를 그만둔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고,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며 진심으로 교감하는 DM을 보내면서 신기하게도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F는 5년 차지만, 이직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했다. PR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후, 몇 곳의 스타트업을 거쳤다.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호기심이 생기는 기업들이 있으면 주저 없이 이직을 했다고. 사실 스타트업계에서는 생각보다 잦은 이직 경험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의치 않아했고, 언제든 좋은 자리, 일하고 싶은 자리가 있으면 떠나는 것을 응원해 주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러다가 스타트업을 벗어난 큰 회사에 면접을 봤다고 했다. 꽤나 압박 면접이 이어졌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가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고민의 끝은 이제는 스타트업을 떠나 규모 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특히 온오프라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팀이었기에 한 번 해 보기로 했다고. 


[F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PR포지션이 아닌 **에 지원한 이유는? 

자사 PR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직을 여러 번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일의 특성상 팀에서 기획하는 것보다 임원진의 의견을 잘 포장해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괜찮을지? 


7.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어라, 합격했네?" 

'일잘러'였던 G는 조금만 인풋을 주면 쭈욱쭉욱 성장을 잘해나가던 후배였다. 일머리가 있는 사람은 성장도 빠르구나 느꼈던 그녀는, 선배들이 떠난 회사에서 격한 스트레스와 싸우다가 3년 차 즈음에 면접을 봤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1, 2차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했으며, 두 번 모두 1:1 면접이었다. 1차 면접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 있는지 물어보는데, ‘나 이런 것도 했었는데 미처 말 못 했네!’ 싶어서 급하게 우다다다 쏟아낸 기억이 난다고 했다. 


3년 만에 본 첫 면접이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많아서 연습으로 치고, 다음 면접 때 잘해야지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1차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임원 면접 때는 1차 때보다 더 당황했고, 면접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예상외로 합격하게 되었다. 


[G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타 사업부로부터 무리한 업무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할지?

새로운 시도를 하여 성과를 낸 사례가 있는지?

이슈 핸들링한 경험이 있는지?

회사에서 불리는 별명이 있는지?


8. IT B2B 기업, "전설처럼 내려오는 말, Fit에 맞는 곳을 찾게 될 거야" 

H는 PR이야 말로 전문 영역이고, 100% 컨트롤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영역이라고 했다. 그만큼 PR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즐거움이 큰 사람이었다. 현 직장에서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느낄 즈음부터 열심히 독하게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 G는 정말 수많은 낙방을 경험하고 두자리 수가 된 연차의 경력이면 아무도 끌어주는 곳 없는 곳에 이직하기란 하늘에 별따기구나를 하루하루 체감하며 살았던 어느 날,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했다. 여기도 안되면 그냥 지금 다니던 곳에 더 다니라는 뜻이라 생각할 만큼 지쳐있었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현재 커리어에 발을 붙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던 시점이었다고 했다. 


G는 2번의 면접을 거쳤다. 첫 번째 면접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했다며 본인을 어필해보라는 질문. 별다른 미사여구는 생각나지 않았고, 담백하게 10년 넘는 기간 동안 해당 분야에서 나만큼 깊이 있게 일해보고 나만큼 기자 관계 갖고 있는 사람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A회사에 전문가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그 전문가가 바로 나다, 라는 말들. 그리고나서 G는, 이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내 fit에 맞는 곳을 찾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그저 전설 속에 내려오는 이야기, 혹은 떨어진 나를 위로하는 쉬운 표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게 되더라, 라고 G는 신념 하나를 더 획득했다. 


[G가 기억하는 면접의 질문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본인을 좀 더 어필해본다면? 

에이전시에서만 일했는데 인하우스 홍보는 어떨 것 같은지? 잘할 수 있는지? 

에이전시에서 팀으로 일하다가 인하우스에서 혼자 일하게 되면 어떨 것 같은지?

엔지니어 등을 PR에서 활용하려 할 때 협조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설득이 안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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