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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Apr 07. 2022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은 PR이라고

PR, 커뮤니케이션이 하는 일들 

오랜만에 대학교 동아리 친구를 만났다. 근황 토크 와중에 친구가 말했다. 


친구: "여전히, 뭐, 그 하던 일, 하고 있는 거지?" 

나: "응. PR. 근데 너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이제는 알고 있는 거냐?!"

친구: "왜 몰라, 너가 광고가 아니라고 했잖아, 홍보라고. 나는 아직도, 그 뭐냐, 너가 했던 아임리얼만 마셔" 


내 친구는 이렇게 무려 십 년이 훌쩍 넘도록, 매번 설명을 해줘도 아직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사실 나도 내 친구가 건설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만 알지, 어떤 직무인지 알지 못하는 데다가, 무슨 일을 하는지가 우리 사이에 꼭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니므로, 우리는 늘 그랬듯 슬슬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나는 PR회사에서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PR(Public Relations)이라는 일을 꽤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해 왔다. 미디어 관계를 기본으로 진행했고,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디지털 영역으로도 넘나들었다. 꽤 오래 해온 일이라, 이제 PR 좀 지겨운데 싶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대체로)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새삼스레 느끼며 PR 일의 쳇바퀴를 돌곤 했다.  


이 글은 그런 'PR이라는 일'을 약 15년 정도 해 온 나의 아주 개인적인 회고다. 

(친구야, 이번엔 잘 들어봐. PR이라는 일은 이런 일을 하는 거란다.) 




PR을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다. 기획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기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이슈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 컨셉과 전략을 도출하는 사람, SNS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 다른 브랜드 또는 아티스트 등과 협업을 하는 사람 등등.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업 사이에서 설득을 해 나가는 사람. 


이슈의 중심에서 미디어와 소통을 하는 일

전통적으로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는 사회적인 아젠다 세팅. 기업마다 크고 작은 이슈는 늘 있기 마련인지라, PR은 이 지점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내가 처음으로 이슈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경험해 본 것은 2008년은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였다. 당시 모 패스트푸드 PR을 담당하면서 해당 사회적 이슈의 충돌로, 그야말로 온갖 미디어에서 팀에서 함께 담당했던 브랜드 이름이 끊임없이 거론되었다. 신문은 물론이요, 새벽까지 TV토론을 봐야 했고, 다음 아고라로 여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고, 이후 기업의 입장문을 정리해 내보내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IT 산업으로도 앵글만 다를 뿐, 이슈는 산재해 있다. 부적절한 콘텐츠, 허위 정보, 확증 편향 등에 대한 이슈, 정부의 규제와 정책 등에 대해 소통해야 할 일이 많았다. 또는 예상치 않은 돌발 사건 사고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쉬었다. 잘못된 정보는 바로 잡고자 했고,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사안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기업인의 청문회를 앞두고,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여론을 보면서 '존경하는 의원님'으로 빙의해 리허설을 해 보기도 했고,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하기에 몇 주에 걸쳐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준비해 보기도 했다. 회사의 이슈를 미리 짚고 점검하면서, 혹시 회사가 무엇을 놓쳤는지, 또는 어떤 메시지로 정리될 수 있을지를 사전에 고민하는 것 역시 이슈 매니지먼트의 큰 줄기 중 하나였다. 


판을 벌려봅시다, 미디어에 기업이나 제품의 소개를 주선하는 일 

어떤 기업이든 소문낼 만한 그 기업만의 제품, 기술력, 문화, 사람 등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가장 적합하고 강력한 채널을 통해 알리는 일. 어찌 보면 이 부분이 PR의 '가장 보통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회사의 한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향후의 성장 전략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기도 하고, 한 주류회사에서 새로운 위스키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기자들과 남해로 움직여 현지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주 발사체를 홍보할 때는 고흥에 미디어 센터를 2박 3일간 구축해 운영하기도 했고, 신규 프러덕트가 론칭할 때마다 이에 대한 소개 자리를 간담회 또는 미디어 데이라는 이름으로 마련했다. 대표 또는 C레벨과 몇몇 매체를 모아 라운드 테이블도 진행했고, 어떤 플랫폼 기업 관련해서는, 이 플랫폼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목해 정기적인 미디어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굳이 초청 행사로 벌리지 않더라도,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기사로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과 피칭도 한다. 학용품을 담당할 때는 미디어 교육 섹션과 소비재 담당 섹션을 노렸고, F&B 영역의 클라이언트 제품을 위해서는 산업적인 앵글, 제품력, 프로모션에 초점을 맞췄다. 플랫폼 기업을 담당할 때는 그 안의 사람들의 매력적인 스토리에 집중했다. 스타트업을 본격적으로 담당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대표, C레벨, 팀장이나 팀 인터뷰 메시지를 고민했고, 조직 문화와 채용에 관련된 앵글을 기획해 풀어나갔다. 


디지털 소통이 커지면서, 활동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레거시 미디어뿐만 아니라 뉴스레터 운영진,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등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를 만난다거나. 모 라면 브랜드를 담당하면서는 이른바 '먹방'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주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었기에 브랜디드 콘텐츠를 많이 했고, 모 가구 브랜드 신제품 역시 레거시 미디어보다 셀럽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콘텐츠가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스페셜 이벤트,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끌어내는 일 

브랜드 경험의 접점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된 업무도 있다. 


와 진짜- 한 장도 안 떨어짐 출처- 연합뉴스

2011년 포스트-잍을 담당할 때, 더 강력하게 붙는 슈퍼스티키를 임팩트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었다. 결국 경비행기에 슈퍼스티키 포스트-잍을 붙여 하늘을 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한 차례의 연습 비행을 거쳐 하늘을 날았다. 경비행기 비행 중 단 한 장도 떨어지지 않고 하늘을 날았고, 지상파 영상 뉴스와 신문 기사에도 많이 커버되었다. 


2012년 모 뷰티 브랜드 팝업 스토어에 참여하면서는 그랜드 오프닝 관련 PR 이벤트를 했더랬다. 가로수길에 자리 잡은 팝업 스토어의 오프닝을 이슈화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했는데, 이 중 연예인을 초청해 포토세션을 하는 업무가 포함되었다. 연예인에 대해 관심도 흥미도 없던 나는 하늘에서 '아이돌 설명서가 내려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품고 일했던 시기기도 했다. 


이후, 부산 국제영화제 시기에는 해운대를 배경으로 일주일간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고, 자라섬 페스티벌에도 부스를 만들어서 브랜드 접점을 늘려나가는 활동들을 진행했다. 오프라인 행사는 콘셉트가 분명하되, 바이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했고, 미디어 활동과는 또 다른 흥미진진함의 경험을 하게 된다.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일 

기업이나 브랜드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일도 '요즘 PR'의 주요 영역 중 하나다. 


식음료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약 3건 정도 운영해 봤는데, 채널의 컨셉을 정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며, 발행한 후의 반응을 도출해 다시 제작에 반영하는 사이클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라면은 라면 레시피대로, 음료는 음료 브랜드 만의 감성과 진귀함으로, 탄산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향하는 '제주'라는 지역의 이미지를 넣는다는 일 자체가 매력이라 매 순간이 즐거웠다. 


미디어를 통한 PR이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시기에 바라는 방향대로 나올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 자체 채널은 특정 전략 하에 무엇이든 해 보고 싶은 방향대로 할 수 있고 결과도 즉각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디어 관계와는 또 다른 배움과 성장이 있다. 




요즘 나는 'PR 이니셔티브'에 대한 고민을 한다. '커뮤니케이션 이니셔티브'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략과 노력만큼 결과가 담보되도록, PR 또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도해 볼 수 있는 업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 중 하나가 결국 기업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체 채널을 통해 공개할 수 있는 콘텐츠. 결국 PR, 광고, 디지털 등의 영역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통합되어가는 과정 안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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