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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Jul 31.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들어가기 앞서...

막내가 대학에 가던 2015년.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동유럽, 발트 3국,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스, 러시아, 치앙마이,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몰타, 시칠리아 등등 한번 길을 나서면 최소 40일에서 50일 정도를 돌아다녔다.


하나의 여행이 끝나면 머릿속에선 바로 다음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모든 여행의 시작은 준비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니까...


돌로미테... 몇 년 전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하지만 배낭을 메고 산장에서 자며 전투적으로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자연 속에서 매일같이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며  행복하게 지내다오면 안될까..


마음이 급해졌고, 한 해 더 미루며 차곡차곡 필요한 정보들을 챙겨 떠나려던 계획을 앞당겨 급히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 않아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정말 행복하게 한 달을 걷고 돌아왔다.


돌로미테...

거창한 계획이나 도전 같은 거 할 필요 없다. 

그냥 한 곳에서 여유 있게 머물며 주변의 많은 길들을 걸으면 된다.

다양한 트레일들이 수 없이 많으므로 내게 맞게 걸으면 된다.

2시간만 걸어도 되고, 5~6시간 실컷 걸어도 되고,

하루나 이틀쯤 간단한 짐만 챙겨 산장에서 자며 걸어도 되고, 힘들면 리프트 타고 올라가 걷기 시작하면 되고, 힘든 경사가 싫으면 초원을 걸으면 되고...


나처럼 살림만 하던 60대 전업주부 아줌마도 행복하게 걸을 수 있다. 그냥 일상처럼 아침이면 눈 떠 배낭 메고 나가 종일 걷다가 돌아와 깊은 잠자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도 그곳에선 정말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먹고, 걷고, 자고... 그 단순함이 주는 행복이란...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길을 걸을 때도 정말 행복했다.

많은 여행을 했지만 산티아고나 제주올레처럼 걷는 여행이 가장 행복했다.

산티아고를 걸을 땐 발목 인대를 다쳐 마지막 일주일 간은 비탈길을 바로 걸어내려갈 수가 없어 게걸음으로 옆으로 걸어야 했고,

배낭을 맡기고 걸어야 할 만큼 힘들었어도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고,

내딛는 걸음걸음..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돌로미테가 주는 여유로움과 깊은 잠은 또 달랐다. 

기가 막힌 경치도 경치려니와 크게 긴장하지 않고도 산을 즐길 수 있었고, 아침이면 가슴 가득 설렘과 기대를 안고 길을 나섰고, 그저 일상처럼 가볍게 자연 속을 돌아다녔다.


혼자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 가끔은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여행이 계획대로 안 풀리거나 예상이 빗나가거나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돌로미테에선 그럴 일이 없었다.


아침에 눈뜨면 밥 먹고 배낭 메고 나가 종일 걷고 들어와 씻고 자고..

마음 내키면 자기 전 슬리퍼 신고 슬렁슬렁 나가 맥주 한 잔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만큼이나 단순한 생활이었다.

다음날 걸을 트레일을 정하고 미리 정보를 핸드폰 메모판에 저장해 두는 것 외엔 달리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냥 내 안에 집중하면 되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답고,

사람들은 더없이 친절하고,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길을 물으면 같이 찾아주고,

쫓아와서까지 가르쳐주고 가고,

몇 개 안 되는 버스노선은 단순하면서도 내가 가고자 하는 모든 곳을 커버해 주고,

음식은 맛있고, 가격은 착하고..

이보다 더 할 수가 있을까..


평소 여행일기를 써왔지만 그간 주변에서 아깝다.. 책이라도 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도

 "책방에 가면 얼마나 허접한 여행책들이 많은데 나까지 소중한 나무 없애는데 기여하고 싶지 않다고,

나 정도의 경험을 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고.. " 손사래를 치곤 했다.


그런데 이번 돌로미테를 한 달간 걸으면서는 욕심이 생겼다. 책으로까지는 아니지만 브런치에라도 글을 올려볼까...


돌로미테 트래킹 하면 보통은 알타비아 코스 Alta Via를 떠올리고, 그래서 대부분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거나 산악동우회 회원들끼리 배낭 메고 전투적으로 산장에서 숙박하며 코스를 도는데, 나처럼 길치, 방향치에, 지도도 못 읽고, 체력도 남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줌마도 가이드 없이도 돌로미테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보름이고 한 달이고 한 두 곳에 짐을 풀고 근처 트레일들을 매일매일 실컷 걷는 것.


Val di Funes,  Val Gardena,  Cortina d'Ampezzo,  Val Badia, Val Pusteria 등등 어디든 한 두 곳, 아님 나처럼 서 너 곳을 정해 일주일씩 실컷 걸어보는 것.


이게 힐링이지 않을까..


어렵지 않게,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기고,

다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고 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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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테를 꿈꾸는 여러분들에게 저의 작은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한 달간의 여정을 일기처럼 올리고

마지막엔 제가 직접 걸은 트레일들,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디서 필요한 정보들을 얻었는지,

돌로미테에서 숙소를 찾는데 유용한 사이트,

돌로미테를 여행할 때 유용한 앱들,

와이파이 안 되는 산속에서 필요한 세세한 트레일 정보들을 어떻게 쉽게 저장해서 볼 수 있는지 등

제 경험으로 얻은 것들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영어가 자신 없다고요? 이태리 사람들도 영어 못합니다.

심지어 상대방은 이태리어로, 전 서바이벌 영어로 얘기하는데도 대충 알아듣습니다.  그들도 모국어가 아니라서 어려운 영어 쓰지 않고 문법 상관없습니다.  영어도 또박또박 말해줍니다.

불안하면 구글번역기에서 영어, 이태리어, 독일어, 한국어 다운로드하여 놓으면 됩니다.

인터넷이 안되더라도 간단한 번역기 사용이 가능하니까요.

골짜기에선 종종 안 터지지만 돌로미테 산 꼭대기에서는 와이파이도 잘 터집니다.


산을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합니다.  

돌로미테라고 해서 다를 건 없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종종 묻습니다.

무섭지 않냐고...

물론 두렵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간절함이 너무나 크기에,

그 간절함이 두려움을 넘어서기에,

늘 길을 나섭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정말 자유롭습니다.

관계에 갇히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든 사람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길 위에서의 소중한 만남들이 모여 여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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