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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Aug 01.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에서의 일정 짜기

마음은 먹었으나 코로나 이후  항공료며 물가가 엄청 올라 성수기에 가야만 하는 돌로미테는 사실 좀 부담스럽다. 일단은 이번엔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끊기로 했다. 11월인데도 이미 로마나 베니스는 좌석이 없고, 프랑크푸르트로 들어가서 뮌헨, 인스브루크를 거쳐 갔다가 올 때는 볼차노, 뮌헨을 거쳐 프랑크푸르트로 올라오기로 했다.


문제는 그 방대한 돌로미테에서 어떻게 루트를 정할 것인가.. 론리플래닛을 뒤지고 인터넷을 뒤져도 한 달간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게다가 지명은 이태리어, 독일어가 각각 달라 헷갈리기 일쑤...


가뜩이나 생소한 지명들이라 고 나면 까먹는데,

칠 열심히 뒤져서 공부하고 나서 하루이틀 잠시 신경을 못쓰다가 다시 들여다보면 다시 처음.. 정보가 머릿속에서 축적이 돼야 하는데 볼 땐 잠시 알 듯하다가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

일단은 숙소예약이 급했으므로 시간에 쫓겨 거의 열흘간 낮밤을 안 가리고 매달린 끝에  2월 중순께가 되어서야 대충의 루트를 확정했다.


자동차로 다닌다면 좀 더 유연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혼자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해야 하는 나로서는 어떻게 루트를 짜고,  그에 맞춰 숙소를 어디에 정하는가가 중요했다.


대충 지역은 정했으나 숙소를 예약하는 과정은 또 어찌나 지난하던지...

그간 이용하던 부킹닷컴이나 에어앤비 등을 통해서는 돌로미테의 숙소를 예약할 수가 없었다. 그런 곳은 비싼 호텔들이나 가능할 뿐, 나 같은 솔로 뚜벅이 여행자가 머물 수 있는 가르니 Garni라고 부르는 이태리 B&B는 돌로미테 지역사이트를 통해  방과 가격, 위치, 버스로 용이하게 이동이 가능한지 등을 알아본 후 메일로 일일이 예약을 진행해야 했다.


처음엔 산타 막달레나, 오르티세이, 코르티나 담페초,  카나짜이에서 일주일 정도씩 머물려고 했다.

그런데 좀 더 일찍 예약을 시작했더라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산타 막달레나와 코르티나 담페초는

숙박비가 만만치 않았고, 카나짜이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로 이동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 가서 보니 어차피 코르티나 담페초로 가려면 오르티세이에서든 카나짜이에서든 기차와 버스를 4번이나 갈아타고 가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르티세이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는 차로는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리는데 버스는 직접 가는 게 없어 버스 3번, 기차 2번을 갈아타고 거의 5시간이 걸렸다. )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나로서는 오르티세이 Ortisei (Urtijëi)-카나짜이 Canazei-코르티나 담페초로 동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아 오르티세이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로 바로 가서 4일만 묵고,  도비아코 Dobiacco(Toblach)에서 일주일을 묵기로 했다.  


그런데 도비아코  유스호스텔을 알아보니 이미 내가 가려는 날짜는 예약이 끝났고, 다른 숙소들을 알아보니 여기 또한 숙박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교통이 편해서 코르티나 담페초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했으나 여기도 너무 비싸 대신 짐을 끌고 버스로 갈 수 있는 아우론조산장에서 이틀을 묵고 나머지를 산 칸디도 San Candido , 아니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간 세스토 Sesto에 숙소를 잡기로 했다.  


일 년 전부터 예약을 한다더니 정말 2월인데도 위치 좋고 싸고 괜찮은 곳은 이미 예약이 꽉 차있었다. 돌로미테 사이트에 올라온 Garni들 중에서 내 조건에 맞는 가르니들을 골라 예약메일을 보냈다.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직접 메일로 예약가능여부를 물어보면, 가능여부와 가격을 첨부한 메일을 보내오고, 그러면 그걸 보고 버스로 이동과 접근성 등을 하나하나 알아본 후 확인메일을 보내야 했다.


나중엔 어디에 메일을 보냈는지, 어디가 되고, 어디가 안된다고 했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결국 도표를 만들어 일일이 체크하며 확인메일을 보내고, 저장하는 지난한 작업을 거쳐 숙소예약을 진행했다.


그 유명한 트레치메가 저녁노을에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로카텔리산장은 이미 12월부터 예약이 시작되었고, 내가 준비를 시작한 건  2월. 홈피에 들어가니 2월 말까지 예약을 받아 통보하겠다고 나와있고,  원하는 유형, 즉, 더블룸, 트리플룸, 도미토리, 그리고 원하는 날짜와 대체가능한 날짜 등을 기입하게 되어있었다.


나야 뭐 혼자이니 아무 데서나 잘 수 있기만 하면 되고, 날짜는 세 날짜 중 아무 날이나 가능하다고 기입하고 기다렸다. 그리고는 한 달 후쯤 메일이 왔다. 도미토리 침대가 예약되었고, 대신 이불과 베개는 있으나  수건과 침대커버는 가져와야 한다는..

나로서는 그저 감지덕지~


대신 아우론조 산장 이틀 예약은 순조로웠다.

예약금을 보내야 했지만 유럽에 거주하지 않는 내가 송금하는 것이 여의치 않음을 배려해서 예약금을 받지 않은 채 예약을 확정해 주었다.

  

산타 막달레나 대신 대안으로 선택한 브레사노네는 부킹닷컴에서 예약했고,  오르티세이 Garni August는 카드번호만으로 예약금을 결제할 수 있었고, 세스토의 Garni Alpenhof와 오르티세이의 또 다른 숙소인 Garni Vanadis, 아우론조 산장과 로카텔리 산장 등은 준성수기임에도 예약금을 받지 않고 예약을 확정해 주었다. 볼차노의 유스호스텔도 예약금을 따로 받지 않았고, 혹시나 못 올 경우엔 반드시 미리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이 전부였다.


작년 시칠리아를 한 달간 여행하면서도 느꼈지만 이태리를 몇 번 여행하면서 참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처음 로마에 갔을 땐 콜로세움 옆 잔디밭이 빈 페트병으로 덮여있고, 불친절하고 오만한 그들을 보며 쳇! 조상 잘 둔 덕에 수백 년씩이나 조상 유물들 팔아먹고사는 주제에.. 하며 고까운 마음마저 들었었는데 여러 번 겪으면서 오랜 시간 쌓여 온 이들의 저력과 품격이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돌로미테에서의 한 달을 포함한 40일간의 여행일정이 확정되었다.

6월 1~7일 각각 프랑크푸르트 2, 뮌헨 3, 인스브루크 2일

6월 8~14일 브레사노네 Bressanone-Brixen

6월 15~24일 오르티세이 Ortisei

6월 25~28일 코르티나 담페초 Cortina d'Ampezzo

6월 29~30일 아우론조산장 Rifugio Auronzo

7월 1~5일 세스토 Sesto

7월 6일 로카텔리산장 Rifugio Locatelli(Dreizinnenhutte)

7월 7~8일 볼차노 Volzano

7월 9~10일 뮌헨 1박 후 프랑크푸르트에서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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