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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Aug 01.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매일매일 어떻게 걸을까..

우리나라에서 돌로미테 여행은 크게 대충 두 가지의 여행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일주일 정도 Alta via 트래킹을 한 후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를 걷고, 베니스나 베로나에서 하루정도 관광을 하는, 트래킹 위주의 여행,

또는 이태리나 스위스 여행길에 오르티세이 Ortisei나 코르티나 담페초 Cortina d'Ampezzo에 들러  케이블카나 리프트 또는 차를 타고 세체다 Seceda, 싸소 룽고 Sasso lungo, 알페 디 시우시 Alpe di Siusi, 브라이에스 호수 Lago di Braise , 친퀘토리 Cinque Torri, 트레치메 Tre cime 등을 둘러보고 오는 관광여행.


배낭을 메고 Alta via를 걷는 hut to hut 트래킹을 하기엔 난 혼자인 데다 심각한 길치라 부담스럽고,

그냥 한 곳에 일주일 정도씩 머물면서 day hiking을 하며 즐기고 싶다는 게 나의 바람이고, 내가 한 달간의 돌로미테에서 누리고 싶은 행복이었다.


한 달간 매일매일 걸을 수 있는 day hiking 트레일을 검색하기 위해 어지간히도 검색창을 돌렸으나 우리나라 블로그에 올라온 여행형태는 대부분 위의 두 가지 종류에 한정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종류의 정보는 얻을 수가 없었다.


Lonely planet Walking in the Dolomites와 Lonely planet Hiking in Italy를 구했으나 거기에서도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얻을 수가 없었고

Day Walks in the Dolomites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구하지 못했다.


돌로미테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블로그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내가 원하는 정보는 없었다. 어디를 가면 무슨 봉우리, 무슨 봉우리가 보이고, 지형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많아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트레일들을 걸을 수 있고, 그 시작점이 어디이고,  각각의 트레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찾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대부분 주관적인 감상들이 많았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트래킹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각 트레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첨부한 해외사이트를 우연히 찾아낸 건 정말 행운이었다.

 

돌로미테 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개괄과 각 지역에 대한 세세한 안내,

내가 머무를 오르티세이가 속한 발 가르데나 Val Gardena, 코르티나 담페초, 세스토 Sesto 등에서의 day hiking 트레일들, 자동차는 어디에 주차하고, 버스로는 어디에 내려서 어느 방향으로 가면 트래킹을 시작할 수 있는지, 난이도와 소요시간, 트레일 각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방향, 사진까지도 첨부되어 있었다.


또한 각 지역마다 걸으면 좋을 트레일과 일정 등도 세세히 올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돌로미테에서의 5일 일정, 일주일, 또는 2주간 추천일정, 쉬운 트레일부터 어려운 트레일까지 난이도에 따른 분류, 지도, 숙소 등등 정말 궁금하고 요긴한 정보들이 그야말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각 트레일에 대한 전반적 정보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걸으면서 기록한 자세한 경로와 지형들을 세세하게 구간마다 기록하고, 가는 방법이 하나 이상인 경우, 각각에 대한 설명과 장단점까지 다 기록되어 있어서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선택할 수도 있었다.

사이트만 있으면 굳이 론리플래닛이 없어도 충분히 혼자 걸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기분이었다.


내가 원하던 정보들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고,

그럼에도 한 달간의 트래킹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한 채 출발했고, 숙소 도착 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와 브로슈어등을 받고, 추천해 줄 만한 트래일과 트래킹 정보 등을 받아와서 매일매일 내 일정과 체력에 맞게 트레일을 선택해야 했다.


사실 확실한 계획도 없이 대충의 정보만을 가지고 도착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트래킹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고, 안되면 그냥 숙소 가까운데라도 걷다 오지 뭐 하는 심정으로 떠났는데, 어디서든 지도를 얻을 수 있었고,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지도를 보면서 표지판에 표시된 트레일 번호를 따라 걸으면 되고, 그럼에도 종종 길을 잃었지만 언제나 친절하게 도움을 받았고,  혹여 길을 잘 못 들었더라도 산길이라는 게 꼭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어서 다른 길로 돌아서 가거나, 아님 아예 처음에 예정했던 트레일과는 다른 트레일을 걷기도 했다.


그게 무슨 문제랴...

어디든 길은 통하는 것이고, 이름 붙은 길만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트레일만을 정확히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목표를 정해놓고 어느 트레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행복하게 자연 속에서 길을 잃으면 되는 게 아닐까...


돌로미테를 걷다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 두 가지 여행형태에 속했고 대부분 자동차를 렌트해서 다녔다. 알페 데 시우시나, 세체다 같은 곳은 한국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대개가 자동차로 하루에 두세 군데씩 다니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서 사진 찍고 경치감상하고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 차로 이동하는 여행객들이 대다수여서

막상 산속에서 트래킹을 할 때는 거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마주치게 되어 얘기를 나눠보면 다들 자유롭게 혼자 다니고 싶어 하면서도 이렇게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면서 돌로미테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하고, 돌로미테를 그저 혼자서는 어려운 곳, 그래서 단체여행을 선택하고 가이드가 꼭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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