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와 은행나무

- 니들이 냄새를 알어? -

by MOMO

전동휠체어와 은행나무

- 니들이 냄새를 알어? -


2021.09.24.금.MOMO


은행나무가 잎을 노랗게 물들이고, 열매를 떨어트린다.

가을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곤욕이다.

바로 은행나무 열매 때문이다. 물론 비장애인들에게도 은행나무 열매는 피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신발 2개와 바퀴 4개는 양적으로 다른 문제이고, 열매를 스스로 떼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기능과 사회서비스의 문제이다.

은행 냄새 풍기면서 사무실에 들어가면 괜히 눈치 보인다. 지하철을 타면 모두 사람들이 피한다.

특히 집 안에 전동휠체어를 보관하는 사람들은 답이 없는데, 금요일 날 휠체어를 주차하면 휴일 2일 동안 은행 냄새에 취한다.


휠체어나 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인데, 사회적 편견이나 불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애인들은 냄새난다는 편견 말이다.


회사 면접을 본다고 상상해보자.

은행 냄새 풀풀 풍기면서 면접을 보면 매우 불리할 것이다.

질문하기도 전에 인상이 찌푸려질 것이다.


극장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보자.

들어가기 전부터 깊게 베인 은행 열매 냄새 때문에 지레 걱정할 것이다.

내막을 모르는 관객들은 짜증부터 날 것이다.


학교 수업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보자.

강의실 문 앞에서부터 냄새를 풍기며 들어갈 것이다.


듀오와 한국P&G 페브리즈가 전국 20~30대 미혼 남녀 769명(여 465명, 남 304명)을 대상으로 '냄새가 호감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전체 미혼 남녀 10명 중 9명(90.5%)은 '냄새가 이성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으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은 9.5%에 불과했다고 한다.


단순히 냄새는 냄새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특히 많이 공감될 것이다.

신발에 묻은 은행 열매 때문에 중요한 자리에서 곤혹을 느낀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바퀴 4개가 더 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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