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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메이커 Dec 05. 2018

인디 메이커가 되다

비 전공자가 인디 개발자가 되기까지


베트남 호치민에 살고 있는 인디 개발자입니다


와이프와 함께 저희 제품(App/Website)을 만들면서 살고 있어요. 베트남 호치민에 살고 있지만, 틈틈히 근처 동남아 도시들로 여행하면서 일도 하고 있는 4년 차 신혼부부 디지털 노마드입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4마리를 키우고 있고요, 여행과 개발을 좋아해요. 현재는 NomadWallet을 출시해서 열심히 버그를 수정하고 있는 초보 개발자입니다.


https://nomadwalletapp.com


개발자가 되다


돌이켜 보면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전 개발자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어요.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1년 반 정도 병원에서 근무를 했고, 병원을 그만두고 14개월 배낭여행을 했어요. 이후에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신발 제조공장 자재팀에 취직을 해서 1년 반 정도 근무를 하다가, 다시 그만두고 와이프와 6개월 동안의 허니문 여행을 떠납니다. 신혼여행 이후에 와이프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을 잠시 했고(망했죠..),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코드스테이츠라는 코딩 부트캠프(단기간에 코딩을 배우는 매우 하드 코스..)에 입학을 하게 되면서 개발자의 영역에 첫발을 딛게 되었어요.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아주 단순했어요. 저희 부부가 여행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여러 여행자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 회사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장기 여행을 다니는 개발자들이 꽤 있었어요. 그때가 2015년도였는데, 원격근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던 저에겐 완전 신세계였고, 특히나 "개발자 = 3D 직업”이라는 인식만 있던 저에겐, 자신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직접 선택하고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개발자”라는 직업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나도 이렇게 "여행 +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서울에 있는 “코드스테이츠”라는 부트캠프에 참여해서 3달 과정으로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게 됐어요. 32살에 처음 시작한 코딩 공부이지만 너무 재밌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3개월 동안 동고동락 하면서 즐겁게 보낸 것 같아요. 또 운이 좋게도 스타트업 붐으로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 수요(특히 프런트엔드)가 높아지고, 이미 많은 비 전공자 출신들이 현역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커리어를 바꾸는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었어요. 특히 프로그래밍이 제겐 너무 재미있었어요(와이프가 한 번만 더 직업을 바꾸면 죽인다고 했는데, 개발자는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코드스테이츠 수료 후에 저희는 다시 베트남 호치민으로 돌아와 정착을 했고,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에 취업해서 원격근무로 일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제가 꿈꾸던 원격 근무하는 개발자가 된 거죠.


인디 메이커가 되다


개발자가 되기 전에도, 되고 난 후에도 항상 저희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갈증은 있었어요. 와이프와 함께 일하면서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일이요. 하지만 이제 겨우 1년 경력의 초보 개발자인 내가, 특히 가정도 있는 유부남이, 수익도 보장이 안 되는 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든다는 게 엄두가 안 났어요. 차근차근 개발 경력을 쌓으면서 나중에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런 제 생각을 바꾸게 한 2명의 인디 메이커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디지털 노마드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Nomad List라는 사이트의 창업자인 Levelsio 이예요. Levelsio의 직업은 DJ & 유투버였는데, 여행을 시작하게 되면서 12 Startups in 12 Month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말 그대로 매달마다 1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는 거였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간단한 웹 사이트를 구현하는 정도이지만, 한 달 안에 그것도 여행 중에 "아이디어 + 기획 + 구현 + 론칭”을 한다는 거는 결코 쉬운 게 아니죠. 특히나 비 개발자로서는 더 더욱이요.  자기 개발서에서 “Just action” 같은 문구는 많이 들어봤어도, 진짜로 이렇게 미친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 성공적인 결과까지 창출해 내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멌있드라구요.


두 번째는, 많이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진짜 멋있다고 생각하는 Andrey 이예요. Andrey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했었는데, 발리 여행 중에 디지털 노마드들을 보고 이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마음먹고, 한 달에 1000불 수입을 목표로 잠정적으로 1년 동안의 인디 개발자 여행을 시작해요. 지금도 발리에 지내면서 1년 동안의 인디 개발자 삶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Andrey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제품을 만드는 방식인데요, 맥북 메뉴바 플러그인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싶은데, 당장 Swift 언어를 몰랐어요. 저를 포함해서 보통의 케이스는 Swift 언어를 일단 배우고 제품을 만들 텐데, Andrey는 일단 구글링을 해서 맥북 메뉴바 플러그인 샘플 코드를 복사를 하고, 그 샘플 예제 코드에서 자기가 구현하고 싶은 부분에서 모르는 것만 검색해서 공부하거나, 주위 개발자들에게 물어보면서 제품을 만들었어요. 결국 이렇게 만든 제품으로 수익도 많이 올리고 있고요.  


이렇게 코딩을 잘 못해도, 디자인을 잘 못해도,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실행하고, 끝맺음까지 내는 모습들이 제눈엔 너무 멋있게 보였어요. 누군가에겐 무모한 행동들 일 수 있겠지만, 저에겐 따라 하고 싶은 두근 거림이었죠. 


물론 사이드 프로젝트는 진짜 자기 본업이 있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을 하고 나서 수입이 안정적이 되면 본격적으로 하는 게 맞지만, 저희는 1년 정도는 우리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인디 메이커”가 돼보자 결심하고, 인디 메이커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1년 풀타임 인디 메이커 프로젝트 시작


8월을 시작으로 와이프는 디자인을, 저는 개발을 담당하는 한 팀이 되어 1년 동안의 프로젝트성 인디 메이커 라이프를 시작했어요. 둘이 같이 일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함께 여행하면서 일도 하고, 조금 더 여유로운 저녁을 같이하고, 텅텅 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고양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특히 저희 제품을 재밌게 만들고 있어요. 


아직은 걱정도 많지만, 후회되지 않은 1년이 되도록, 1년 프로젝트에서 끝나지 않고 현재의 생활이 지속 가능한 삶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발버둥 쳐야죠. 모든 인디 메이커 && 1인 기업가 여러분 존경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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