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지음, 김영사 / 윌라, 정의한 낭독
출퇴근을 하며 혹은 어디로든 운전을 하며 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다. 하지만 그중에 가능한 것이 오디오 북을 듣는 것이다. 오디오 북을 듣다 때로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그 지긋지긋했던 운전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이럴 거면 차라리 운수업에 종사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오디오북은 실로 다양한 이유로 끝까지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소설의 경우엔 다양한 성우가 돌아가며 연기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지만 정치/사회 쪽 책들은 한 명의 성우가 책을 끝까지 읽어주기 때문에 그 성우와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끝까지 듣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렇지만 이 책의 경우엔 정의한 성우의 낭독이 좋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양형 이유"는 사람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책이다. 영화 데드풀 2가 가족영화라고 주장했듯 나는 이 책을 러브스토리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사랑 말이다.
나는 세 가지 이유로 사형제도를 반대했다. 오판의 가능성, 타인의 생명을 박탈할 자격, 집행인의 PTSD였는데 판사 역시도 집행자와 동일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사형 집행인이 버튼을 누르는 것과 판사가 판결문에 사형이라고 쓰고 그 주문을 낭독하는 것이 같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판사 역시도 사람이었다. 정의의 이름이든 욕심의 이름이든 살인은 살인이다. 악인에게 미움받는 사람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누구에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판사의 삶과 고뇌를 조금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살면서 만난 판사들은 그런 사람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판사들이 그런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그들 역시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의 그런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