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친분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받은 A씨가 퇴근 후 장례식장을 찾았다. 종교적인 이유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가족이 아닌 타인의 장례식장을 찾을 때면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미신일지 몰라도 괜히 왔다가 귀신이라도 들리는 거 아닌가 몰라."
찝찝한 마음이지만 친분을 가진의 마지막길을 위로하고자 장례식장에 들어선다. 장례식 첫 날이라 그런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서둘러 조문을 하기 위해 상주가 있는 방으로 향했고 고인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느낀다.
"젊은 사람인데... 딱하네..."
신발을 벗고 조문을 하며 향을 피웠다. 절은 하지는 않았지만 죽은 망자를 기리기 위해 잠시 묵념을 하는 모습이 식당에 앉아 있는 B씨의 눈에 들어온다. A씨의 행동을 본 B씨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C씨에게 말한다.
"상가집에 와서 조문을 할려면 고인에게 절도 해야지. 저렇게 묵념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건가?"
"누구? 아, 저 사람. 종교가 있나보지."
"종교를 떠나서 우리나라 풍습대로 장례를 치르는데 절도 안 해?"
"그게 뭐가 중요해?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지."
"저렇게 예의도 없는 사람 같으니..."
조문을 마친 A씨는 서둘러 식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다 깜빡하고 전달하지 못한 부주를 다시 전달하기 위해 식장으로 들어섰고 식당에서 남자 둘이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절도 안 하는 사람이 장례식장에는 뭐하로 왔을까?"
"신경 쓰지 말라니까. 어서 술이나 마셔."
"예의가 없으니 어디 잘 되나 보자!"
A씨는 일면도 없는 B씨와 C씨의 얘기에 불쾌한 기분이 들었고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 향하며 말을 한다.
"제가 절을 하지 않은 것은 종교탓도 있겠지만 절을 굳이 하지 않아도 망자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많은데 그렇게 저에 대해 말씀하시면 기분이 나쁘네요!"
"윽..."
자신들을 향해 찾아와 따지듯 말하는 A씨의 말에 C씨는 미안했지만 술기운에 취한 B씨가 한 마디 더 한다.
"예의가 있어야지요. 예의가."
B씨의 말을 들은 A씨는 피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저씨, 만일 제가 지금 이 일이 잘 못된 행동이었다면 예의가 아니라 예절이 없다라고 말해야 하는 게 맞거든요. 뭘 좀 알고 얘기하세요!"
"......"
우리는 살아가며 예의와 예절에 대해 잠시 혼돈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어떤 것이 예의이며 예절인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죠. 한자문화를 가지다 보니 이런 뜻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일발적일 겁니다. 예의(禮儀)는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 라고 합니다. 예절(禮節)은 '예의에 관한 모든 절차나 질서'를 뜻합니다. 즉, 예의는 말투나 몸가짐이며 예절은 예의를 보이는 행동이란 뜻이죠.
예의를 습득해서 예절있게 행동하는 게 바로 예의와 예절이란 뜻입니다. 너무 어렵다고요? 그렇다면 좀 더 쉽게 풀어드립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친구와 의를 쌓고 자식에게 베풀어라.
참 어렵고 난애한 일이죠? 상가집에서 고인에게 절을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는 걸까요, 예절이 없는 걸까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초록불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걷는 사람은 예의가 없는 걸까요, 예절이 없는 걸까요? 여기서 잠깐, 이렇게 따지다보니 '도덕'적인 부분이 생각나시죠? 대체 어떤 것을 어떻게 구분해야 올바른 표현일까요? 우선 예의와 예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예의는 앞에서도 풀이를 해드렸듯이 말투나 몸가짐을 뜻하는 말로 '나'라는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가며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것을 뜻합니다. 예절은 이런 예의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합니다. 자, 그렇다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우리는 어릴 때 학교든 어디서든 어른 들께 이런 교육을 받았습니다.
어른을 만나면 항상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한다.
어릴적부터 이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어른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죠. "안녕하세요"라고 말이죠. 그런데 만일 인사를 하지 않거나 그냥 지나친 경험들이 있으신지요? 일부러가 아닌 어쩌다보니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럼 그 모습을 본 다른 친구나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합니까.
어라? 어른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네. 쯧쯧쯧... '인사예의'도 없는 녀석 같으니...
어라? 어른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네. 쯧쯧쯧... '인사예절'도 없는 녀석 같으니...
위의 두 가지 말 중 어느 말을 가장 많이 들으셨나요? 아마 두번 째 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른에게 인사를 못한게 '인사예의' 를 어긴게 아니라 '인사예절' 을 어긴게 되니까요. 이해가 되셨나요?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한다는 걸 예의로 배웠고 실제로 어른을 만나게 되면 예의를 지키며 인사를 해야 하죠. 그게 바로 예절입니다.
사례에서 말하는 것처럼 상가집 문상을 가서 절을 하지 않고 묵념을 하는 행동에 관하여 설명하자면 문상을 가는 것은 죽은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상가집을 찾는 것이며, 절을 하거나 묵념을 하는 것은 예의를 예절로 실천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참~ 쉽죠?
이번에는 '도덕(道德)' 이란 무엇인지 살짝 알아보겠습니다. 인간의 사회생활에는 필연적으로 도덕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국가나 법률에 의한 사회생활에 관한 강제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신이나 하늘로부터 인간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며, 관념론자들이 주장하듯 영원한 인간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불변하는 규범도 아니지요(철학사전, 2009., 중원문화). 즉, 도덕은 예의와 예절의 규범이 아닌 인간이 살아가며 서로에 대해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발생된 하나의 문화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인간은 예의를 배우고 예절로 실천하는 것이라 이해하시면 더욱 좋겠구요.
마지막으로 동영상 하나 올려드립니다. 블로그를 하며 자신의 온라인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계십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티켓에 관한 짧은 동영상 하나 보여드립니다. 유치할지 모르지만 나름 유쾌한 내용이라 확인해 보셔도 좋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