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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지학개론 Jul 08. 2021

브런치를 하게 된 동기와 현재 나의 글은 차이가 있었다

언제였을까. 내가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과 나의 이야기 또는 누군가에게 지식이 될 법한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어떠한 울림을 주고 싶다는 동기는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나의 초기 브런치 글들은 'Ctrl+C - Ctrl+V'로 작성된 홍보물이 대부분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크게 두 가지의 활용법으로 철저하게 이용되었다. 첫 번째 이용방법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영상을 만들 때 작성된 '글'을 그대로 베껴 사용하였고 제작된 동영상의 링크를 남기는 것에 불과했다.

두 번째 이용방법은 간간히 언론 사이트에 올리던 기고문 또는 칼럼을 베껴 넣어 개인적 홍보용으로 사용될 뿐이었다.

나름의 파급력이 있는 홍보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나만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이렇게 귀하고 귀한 브런치를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하게 브런치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눈에 들어온 프로젝트가 있었다.



윌라 X 브런치,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완작 된 나만의 글에 전문 성우분들의 목소리가 더해진다는 매력적인 글을 읽었다. 정말 굉장하고 대단한 프로젝트라고 생각됐고, 평소 동영상을 만들어오던 나의 취미(?) 생활과 완전하게 맞아떨어지는 프로젝트였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홍보를 목적으로 한 이용이었지만, 느닷없이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혼자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대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나름의 구상에 들어갔다. 기존에 있던 글을 편집해 제출해볼 계획과 그 어느 곳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창작물을 집필해보자는 계획 등...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했다. 이제 와서 최소한의 기승전결도 갖추지 못한 소설을 쓰기도 모했다.




끝내 결정을 짓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집사람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거실은 전쟁터처럼 난장판이었고 널브러진 장난감들을 밟지 않으려 나는 조심조심 집안으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고난과 고초 속에서 지쳐 쓰러진, 마치 전쟁터의 패잔병처럼 집사람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내가 퇴근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작은 방에서 이런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등장하는데, 그 존재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둘째 아들 '갑자기'다.

갑자기는 둘째 아들의 본명이 아닌 '태명'이다. 현재 내가 집필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기'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

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몸을 누웠을 때, 브런치에서 봤던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어떤 주제와 소재로 글을 작성해야 할까라고 고민했던 바로 그 질문의 답을 찾은 것이다.

내가 겪었던 일, 내가 겪고 있는 일, 우리 가족의 경험을 솔직하게 작성하고 내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 중 공감하는 가족이 있다면 발달장애의 정보도 담아 유익한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든 갑자기의 얼굴을 보니 내가 알고 있던 당시보다 더 어릴 적 갑자기의 어린 시절 봤던 얼굴과 많이 달랐다.

갑자기에 대한 역사도 나만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나의 사생활이 일부 공개될지언정, 써보자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전 홍보성 글들은 어떻게 하지?



고민이 된 게 사실이다. 명확한 목적도 없이 단지 홍보라는 목적으로만 복사된 글들이 갑자기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그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전 작성된 글의 매거진을 삭제를 하려고 몇 번을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이 글의 흔적들 또한 나의 추억이 서린 기록이라는 나만의 정당성으로 용기 내지 못하고 삭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집필이 시작된 '발달장애인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이 이루어졌다. 보통 하루에 2편에서 3편을 써 내려갔다.

아마 내 글을 접한 사람들은 벼락처럼 공개되는 나의 글을 보며 의아했을 것이다. 오전과 오후 꼭 한 편씩 공개되는 속도는 마치 거짓 일상을 작성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의심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빠르게 글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소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낼 필요가 없었고, 오직 경험에 입각한 소감과 일상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시리즈 중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글은 단 한편도 없었다.




어느덧 40편 가까이 작성된 우리 둘째 아들 갑자기와 가족의 일상이 담긴 이야기를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재차 읽어보다 느낀 부분이 있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처음의 동기와 현재 나의 글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작성된 글들이 거짓말은 아니지만 순수한 나의 입장이 반영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글은 내가 진짜 브런치를 통해 느끼고 얻을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 공감, 교감 등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 초창기의 글은 오로지 '관심'뿐이었다.

브런치 첫 화면에 쓰인 문구,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가 된다. 글은 누군가를 울리고 웃기게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고, 그런 공간을 찾아온 나에게 글이 전할 수 있는 진실성은 많은 독자들과 교감하는 순수한 행위라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진실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브런치를 통해 내가 쓴 글을 읽을지 모를 수많은 독자들과 소통의 창고로 활용해야겠다.


예전 나에게 이용당했던 브런치, 미안해!
앞으로는 나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장소로 활용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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