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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기
그래도 찾는 건, 지 '형'밖에 없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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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학개론
Jul 14. 2021
가족, 가족은 언제나 함께 있어도 절대 질리지 않고 물리지 않으며 귀찮지 않은 절대적인 지지단체임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남들에게는 동생이 형을 찾는 게 별거 아니지만,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이 지 형을 찾는다는 걸 본다면 부모로서 이건 정말 말하지 못할 감동에 휩싸인다.
"그래, 그렇게 찾고 불러!"
아침 7시에서 7시 30분 사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집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이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다.
"빨리 일어나, 아들(또는 딸)!"
우리 집 역시 아침마다 전쟁에 가까운 고함소리가 거실부터 작은 방, 어디든 울려 퍼진다.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빨리 일어나!"
"아, 10분만... 조금만 더..."
"그러니까 어제 아빠가 일찍 자라고 했지?"
큰 아들은 열대야 때문에 잠을 깊게 자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도 살짝 피곤한데, 한창 아침잠이 많을 나이의 큰 아들은 오죽할까.
거실에 넓게 펼쳐진 이불을 정리해보지만 기어코 일어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큰 아들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동생은 벌써 일어나서 세수도 하고 저렇게 소파에 앉아 있네? 형이 돼가지고 너무 창피한 거 아냐?"
"갑자기는 새벽에 일어나잖아. 그리고 나 어제 너무 더워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너무 졸리단 말이야."
"다 더웠어. 투정 부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
"싫어, 싫어~"
"아빠... 10초만 더..."
여차여차 구슬려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한 뒤 급하게 세수를 시켰다.
우리 집은 언젠가부터 아침밥이 사라졌다.
집사람의 주장에 의하면, 차려줘도 안 먹고 심통만 낸다고 해서 아침밥상을 일절 차리지 않는단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아침밥을 끊었지만, 애들은 먹어야 하지 않나 싶어 물어본 질문에 되려 꾸중을 듣곤 한다.
아무튼, 그렇게 등교 준비가 모두 끝나고 신발을 신기 위해 현관으로 나서는데 갑자기가 이상하다.
"조(저)기~ 조기~"
어딘가를 가리키며 신발을 신지 않으려 하는 아이.
뭔가 이상했다.
학교를 갈 때 항상 형보다 먼저 신발을 신고 느릿느릿한 지 형을 기다리던 녀석인데 그날만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어깨에 걸친 가방도 내팽개친다.
"오늘 갑자기가 왜 이럴까? 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지?"
나의 질문에 집사람이 대답한다.
"어제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께 엄청 혼났데."
"왜?"
"어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결국 사고를 친 거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을 밀치는 바람에 선생님이 넘어질 뻔하셨나 봐. 그래서 엄청 야단을 맞았다네."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거야?"
어제 자신의 잘 못된 행동을 훈육한 담임선생님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훈육을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심하게 훈육하시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자신을 통제하는 것을 극혐 하는 갑자기가 어제의 훈육을 계기로 학교에 가지 않으려 고집을 부리게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가기 싫다는 녀석을 차에 태워 학교 정문으로 향하는데, 조금 전 갑자기의 고집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등교시간이 촉박했다.
"아빠, 나 지각하겠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오늘은 너 먼저 들어가. 아빠가 갑자기랑 등교할게."
"응!"
"지금 40분인데... 45분까지 가야 해!"
평소 등교할 때 큰 아들은 동생 갑자기의 책가방을 붙잡고 학교로 들어가 도움반에 동생을 데려다주고 자기 반으로 향했던 큰 아들이 지각을 하게 생겼으니,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내가 갑자기를 학교로 들여보내야 했다.
큰 아들이 손을 흔들며 학교로 들어갔고 나는 갑자기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아들, 가자! 아빠가 데려다줄게."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를 불러보지만 갑자기는 차에서 내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싫어, 싫어!"
싫다는 말만 반복하며 우리가 왔던 길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더니 다시 집으로 가자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는 없지요. 우리 갑자기 학교 가서 선생님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하잖아."
"싫어, 안 해요!"
완강하게 거부하는 갑자기와 계속 이렇게 실랑이를 펼칠 수는 없었다.
달래 봐야겠다. 강제로 애를 안고 학교로 들어가면 아마도 나와 떨어진 이후 학교에서 더 큰 난리를 피고 말 테니까.
"음, 아들아 학교에 가서 놀면 집에서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너도 해봐서 알잖아. 그렇지?"
"......"
"학교에는 선생님도 계시고, 친구들도 있고. 또 운동장도 있어."
"......"
"그리고 제일 좋은 건, 네 형도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학교로 가자. 응?"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차,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난데. 갑자기는 학교에 잘 들어갔어?"
"아니, 지금 나랑 학교 정문에 있는데 실랑이 중이야. 설득해보고 있어."
"도움반 선생님께 전화드릴게. 아이 좀 데려가라고 부탁 전화."
알았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는데 갑자기가 차에서 내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내 말을 듣고 학교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다.
"흐엉(형)~ 흐엉~!"
갑자기가 애타게 찾는 사람, 바로 큰 아들이다.
"형, 도대체 어디 간 거야?!"
등교시간이 촉박해 먼저 학교로 들어가고 없는 형을 정말 눈물을 흘려가며 목놓아 부르는 녀석.
큰 아들은 갑자기에게 친형이자 가족이기도 하지만 일생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지 않는가.
매일 같이 놀아주고 목욕도 같이하고 잠잘 때도 우리 곁이 아닌 형 옆에서 꼭 붙어 자니, 지 형은 거의 부모에 가깝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갑자기의 눈높이를 맞춰 꿇어앉은 채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형은 급해서 먼저 들어갔어."
"흐엉~ 흐엉~"
"거봐, 네가 안 들어가겠다고 고집부리니까 형이 어쩔 수 없이 먼저 들어갔잖아. 내일부터는 안 그럴 거지?"
"흐엉~"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 자폐아동들의 습관을 알기에 갑자기의 행동이 감사하게만 느껴진다.
'너도, 꼭 필요할 땐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을 찾는다는 게 너무 고마워...'
갑자기와 손을 잡고 아이의 학교 정문을 걷는다.
최대한 갑자기의 짧고 길지 않은 보폭을 맞추어주기 위해 살금살금 걷는 내 모습이 우습게 보일지는 몰라도 지금 이렇게 내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사람이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 빨리 걸을 수 없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도움반 선생님이 집사람의 전화를 받았는지 우리 쪽으로 달려오신다.
"아버님, 고생하셨죠? 이제 제가 데리고 들어갈게요."
"감사합니다. 아들 빠바이~"
"잘 가쇼, 아빠 양반!"
그렇게 도움반 선생님께 아이를 넘겨주고 돌아서려 하는 순간, 꼭 전할 말이 떠올랐다.
"아참, 선생님."
"네?"
"어제 갑자기가 담임선생님께 야단을 맞아서 아마도 교실에 들어가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오늘 하루는 반으로 가지 않고 도움반에 있었으면 해서요."
"아,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갑자기를 잘 보호할게요."
"감사합니다."
출근하며 차 안에서 나는 엷은 미소를 머금는다.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갑자기는 도움이 필요하거나 외로울 때 가족을 찾거나 누군가를 찾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이 볼 땐 별거 아니지만 자폐아들을 둔 보모 입장에 너무 감격이었다.
"짜식~ 그래도 찾는 건, 지 형밖에 없네... 훗."
별
일 아니지만 출근길이 가벼워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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